"아직 낙관은 이르다...제네바합의처럼 '코리안패싱' 있어선 안돼"

입력 2018.03.09 14:10 | 수정 2018.03.09 14: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중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이같은 내용의 트럼프 대통령 접견 결과를 발표했다. /조선일보DB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조속한 만남을 희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5월 중 만나기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각) 밝혔다.

정의용 실장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한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정부의 중재외교로 미·북 정상회담이 최초로 열리게 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놀라운 성과”라면서도 “아직 낙관은 이르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반도 정세가)당분간은 순풍을 타고 갈 것이라 본다. 이번 결과에 대해선 평가를 해야한다”며 “제네바 합의 때처럼 한국 정부가 배제되는 ‘코리안 패싱’이 나와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들이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다”며 “미북간 실무접촉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에서도 특사단이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북 대화가)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북한이 미국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다른 카드를 제시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면서 “남북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돼야 미·북대화도 잘 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앞으로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조율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난다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겠나”며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면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핵 있는 상태에서의 대화를 핵 없는 상태로의 대화로 어떻게 끌고 나갈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다음은 전문가들의 방미 특사단 트럼프 대통령 접견 결과 평가.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북미정상회담 추진한다는 발표를 보고서 정말 놀랐다. 당분간은 순풍을 타고 갈 것이라 본다. 사실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중재 외교에 대해 비판적으로 봐왔는데, 이번 결과에 대해선 평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수용한 배경과 관련해서 정의용 실장이 언론에 밝히지 않은 숨겨둔 보따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정 실장이 방북 후 밝힌 6개항 정도론 미국이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긴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북대화에 ‘적절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조건에 맞는 보따리를 제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핵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동결과 동결 과정 검증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까. 이정도는 제시해야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수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북 정상회담이 열게 되면 과거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결과가 보장돼야 한다. 북측에서 ‘그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는 언질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 실장의 오늘 발표를 보면 ‘미국이 잘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상당히 추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공치사에 약한 인물이다. 현재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밀리는 상황에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북미간 가까워지는 것과 관련해 보수진영에선 ‘북한과 미국이 너무 가까워지는 게 우리한테 안보적으로 이익일까’하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제네바 합의 때처럼 한국 정부가 배제되는 ‘코리안 패싱’이 나와선 안된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잘 챙겨야 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과 북한의 실무진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덥석 문 것은 의외였다. 물론 김정은이 ‘만나자’는 메시지를 던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걸 안 받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백악관에선 이제 시간과 장소를 협의하겠다고 한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북한이 미국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다른 카드를 제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일본 교도통신이 일본이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IAEA 사찰단에 일본도 합류하겠다고 했다. 아마 납치자 문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과 관련한 제안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인 억류 문제만 풀어도 큰 성과다.

또 사찰 카드도 가능하다. 사찰에 들어간다는 건, 비핵화 과정인 ‘동결-봉인-사찰-불능화-폐기’에서 사찰까지 단번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핵 폐기를 상당히 앞당기는 성과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5월에 하겠다고 한 건 남북정상회담 후에 만나겠다는 의미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와 관련한 결과가 나올테고, 이것을 토대로 북한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남북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돼야 미·북대화도 잘 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앞으로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조율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들이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미북간 실무접촉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에서도 특사단이 미국을 방문할 것이다. 특히 홍콩 언론에서도 보도된 바 있듯 북한은 김여정을 특사로 미국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다. 이 특사단엔 이용호 외무상 등이 동행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의중을 전달하고 맥매스터 등을 만나 미북 정상회담을 사전에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이 미 측을 평양으로 초청할수도 있는데, 아마 미국도 이에 응할 것이다. 북한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미국도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로서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문제 관련해 성과를 거두면 중요한 실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오바마가 접근하지 못했던 것들을 부각하고 또 조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5월 안에, 빠르게 만나고 싶다고 한 것도 이를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미북 정상의 만남은 백악관이나 평양에서 열릴 수 있지만 판문점에서 열릴수도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평양 방문을 희망할거고, 트럼프는 후보 때부터 김정은과 만나 햄버거를 먹겠다고 했으니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조율이 필요한 것 같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낙관은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난다고 북핵 문제가 바로 해결되겠나.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면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근본적인 것은, 핵 있는 상태에서의 대화를 핵 없는 상태로의 대화로 어떻게 끌고 나갈것인지가 중요하다.

김정은이 핵 실험을 앞으로 안하겠다고 했는데, 미국 입장에서야 괜찮을지 몰라도 우리는 어떡하나. 북한이 가지고 있는 무수단이나 노동미사일은 우리를 향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핵 없는 대화로 만드는 것은 제재 뿐이다. 김정은이 대화 카드를 꺼내들고 통남봉미 하는것은 북한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고 지금까지 대북제재가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다.
미국 중간선거 때문에 트럼프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사람들이 평화를 좋아하지 전쟁을 좋아하겠나. 김정은이 이를 노리고 대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핵 있는 상태에서 대화를 진행하면,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은 안하더라도 핵 실체는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면 NPT를 와해시킨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핵 없는 대화로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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