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나이 60에 수영을 시작했다

조선일보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18.03.10 03:02

    [김형석의 100세 일기]
    1년 더 지나 100세 되면 나도 지팡이 짚고 나서야 하나
    아직은 괜찮다… 지금도 일주일에 사흘 수영한다

    김형석 교수의 '100세 비법' 공개합니다

    99세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100세 일기를 시작합니다. 몸과 영혼의 건강을 위해 이 백수(白壽)의 노학자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합니다. 첫 회는 왜 내가 선택한 운동은 등산이나 테니스가 아니라 수영이었나.

    60세를 앞두면서부터는 건강을 위해 한 가지 운동은 필수적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내 경우는 등산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긴 시간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단념했다. 정구를 시도했으나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짝이 있어야 한다. 시작했다가 중단했다. 혼자서 시간의 구속을 받지 않는 운동을 찾다가 수영을 만났다. 50대 후반부터 시작했으니까 40년 가까이 계속한 셈이다.

    남산에 있는 체육관으로 갔다. 언제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거의 빼놓지 않고 수영을 즐겼다. 물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은 30분 안팎이다. 그리고 무릎 관절을 위한 다리 운동도 하는 게 보통이다.

    외국에 여행을 갈 때도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정했다. 수영은 누적된 피곤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하고 나면 새로운 정신적 작업을 할 의욕이 솟았다. 그러는 동안 아흔 살이 됐다. 남산은 집에서 거리도 멀고 자동차와 운전기사도 떠나게 되면서 수영장을 옮기기로 했다. 그런데 90이 넘으니 어디에서도 회원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내 아들이 이곳저곳을 알아보다가 서대문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회관을 소개받았다. 마침 늙은이들을 위한 효도 수영이 마련돼 일주일에 세 번은 정해진 시간에 이용할 수 있었다.

    나이 60에 수영을 시작했다
    구민증을 보여주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여직원이 "73세를 왜 93세로 적었느냐"며 73세로 정정해 쓰면서 회원 카드를 만들어줬다. 90세가 넘은 사람은 회원 자격이 없을 테니까 내 얼굴을 보면서 73세쯤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93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나는 속으로 걱정했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봐 숨어 다니다시피 수영장에 다니는 동안 또 4~5년이 지났다. 이제는 마음 편히 다니고 있는데, 내가 누군지 알려지기 시작했고 나이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고려대 철학과 출신 부부가 체육관에 나오면서 들통이 난 모양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일주일에 사흘씩 오후에 수영을 하며 혜택을 받고 있다. 직원들은 알면서도 묵인해주는 것 같다. 100세가 다 된 노인이 불쌍해서 모르는 체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나는 후배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60대가 되면 건강을 위해 적당한 운동을 하라고 권고한다. 운동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은 80대쯤 되면 확연히 다르다. 나는 중학생 때 자전거 통학을 했기 때문에 그 운동이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오늘의 도시인들은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다리 운동이 부족하며 관절 질환이 먼저 찾아온다. 수영은 물속에서 다리 운동을 겸할 수 있어 전신운동도 되고 하반신과 다리 관절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1년이 더 지나 100세가 되면 나도 지팡이를 짚고 나서야 하나 하는 걱정을 가끔 한다. 아직은 괜찮다. 수영의 혜택을 감사히 생각한다.

    조금 더하고 싶을 때 그만두는 것이 오래 즐겁게 운동을 계속하는 비결이다. 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게으르거나 일을 외면하는 사람은 건강하지 못하며 인생의 가치도 상실하게 된다. 일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뜻이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 필요하듯이 건강은 일을 위한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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