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③] 김형석 "정상회담 전까지 비핵화 진전 이뤄내는 게 文정부 숙제"

입력 2018.03.08 16:24 | 수정 2018.03.08 16:37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이 7일 서울 인사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7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끈 방북 특사단의 성과와 관련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관계 확대 발전을 속도감있게 추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북한이 비핵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정상회담 전까지 비핵화 쪽에 진전을 이뤄내는 게 현 정부의 큰 숙제”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평화의집에서 갖기로 한 부분은 평가할 부분”이라며 “김정은 입장에서도 3차 정상회담을 빨리 하는 게 국면전환에 유리하기 때문에 평양 개최를 고수하지 않고, 판문점 개최안을 수용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북으로선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과 재래식 무기 도발을 안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이번 특사단의 방북 성과로 미·북 간 탐색적 수준의 대화는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밝혔다는 건 비핵화와 관련한 진전일 수 있지만, 기존에 밝혀왔던 입장과 변화가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며 “정의용 실장이 미국에 가서 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최근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게 강력한 제재 영향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대북제재로 인해서 북한에 어려움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김정은 입장에서 그게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지는 미지수”라며 “다급해서 나왔다기 보다는, 기존에 밝혀왔던 ‘핵·경제 병진노선’의 일환이라고 본다. 핵보유라는 전략적 지위에서 경제 발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과의 합의는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북한이 합의 내용을 이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당국간 대화도 성과가 기대되지 않더라도 일단 계속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대화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는 긴 호흡을 갖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최근 북핵 문제가 부각되면서 핵문제가 모든 문제의 근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이 7일 서울 인사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어제 방북특사단 발표가 있었다. 방북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방북 특사단이 4월 말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일단 김정은이 남북관계 확대 발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측도 북측의 적극적인 태도를 활용해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보인다.”

-매번 평양에서 하던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하기로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평화의집에서 갖기로 한 부분은 평가할 부분이다. 우리가 2번 평양으로 갔으니, 이번엔 북측에서 서울로 와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북측 입장에선 안전 보장 등의 이유로 서울까지 오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판문점은 공동경비구역으로 어느정도 안전이 보장된 지역이다. 서울에서 하는 것과 다르다. 김정은 입장에서도 3차 정상회담을 빨리 하는 게 국면전환에 유리하기 때문에 평양 개최를 고수하지 않고, 판문점 개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시점을 4월말로 못 박았다. 그때까지 북핵 해결을 위한 미북대화가 성사되지 않거나 진전이 없을 수도 있는데 개최 시점을 못박은 건 성급했다는 평가가 있다.

“북한이 비핵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정상회담 전까지 비핵화 쪽에 진전을 이뤄내는 게 현 정부의 큰 숙제다. 이 숙제를 잘 풀어내려면 특사단 방북 결과에 대해 우리 국민과 미측에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관련해서 진전이 없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야 하느냐’ 식으로 몰아가기 보다는 정부가 북한을 잘 끌고 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 등 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등과 환담하고 있다. 만찬에는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했다. /청와대 제공
-이번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이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어떤 의미가 담겨있다고 보나?

“김정은 시대는 선대인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김정은이 등장한 후, 북한은 과거 패턴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핵개발을 은밀하게 했던 것과 달리 김정은체제는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어떤 목표가 생기면 저돌적으로 하겠다는 걸 보여준다. 현재 북한은 핵을 보유한 전략적 지위를 토대로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고, 핵을 통해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제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부터 그런 입장을 밝혀왔다.”

-김정은의 적극적인 태도는 제재로 인해 북한의 경제 사정이 심각하게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 강력한 제재로 북한이 손들고 나오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북제재로 인해서 북한에 어려움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김정은 입장에서 그게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지는 미지수다. 북한 주민도 이제는 장마당 경제로 스스로 살 길을 찾는 모습이다. 내가 봤을 땐 제재 때문에 다급해서 나왔다기 보다는, 기존에 밝혀왔던 ‘핵·경제 병진노선’의 일환이라고 본다. 핵 보유라는 전략적 지위에서 경제 발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경제 발전에 있어서 제재가 장애물이 되고, 지금의 제재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선 남측과 잘해봐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북한이 오겠다는데 굳이 막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합의에는 없었지만 김정은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존에 북한이 밝혀왔던 입장과 상반된다.

“북한도 이제 한미군사훈련과 관련해선 남측에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괜히 이걸로 트집을 잡아봤자 남북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주고, 미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데도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아량을 베푸는 식으로 털고 갔다. 이건 ‘우리는 이만큼 양보했다’고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북한이 특사단에 밝힌 내용이 미국이 미북 대화의 전제로 내걸었던 ‘적절한 조건’이라고 판단할까?

“북으로선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과 재래식 무기 도발을 안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의용 실장이 미국에 가서 소통을 잘 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밝혔다는 건 비핵화와 관련한 진전일 수 있지만, 기존에 밝혀왔던 입장과 변화가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론 미국이 ‘우리가 어떻게 북한을 믿느냐’고 폄하할 수도 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이 7일 서울 인사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미북대화 가능성은 어느정도라고 보나?

“일단 탐색적 대화 수준의 대화는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때, 김여정 일행과 비공개 접촉을 하려고 하지 않았나. 미국은 대북제재와 관련해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대화를 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미국 입장에선 군사적 옵션 시행 전 명분쌓기 차원에서라도 대화에 나설 수 있다.”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에 앉혀봤자 흐름이 끊기고, 오히려 강경파가 득세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하루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양쪽 모두 문제의 심각성과 상대방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 이럴 땐 직접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 간접적으로 듣는 것과 직접 듣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서로 대화를 해보고 안되니 강경책으로 돌아선다’, 그럴 수 있겠지만 이보단 서로의 고리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이 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전쟁하면 물론 우리가 이기겠지만, 막대한 피해와 이걸 원상회복하는 데에 국가적 손실 있지 않나. 그건 피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가장 많은 평가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다. 미국은 과연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진지하게 생각할까?

“국가의 관계는 도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 다른 나라도 합의를 했다가도 그게 자신들의 국가 이익에 맞지 않는다면 파기하거나, 새롭게 조율하자고 제안하지 않나. 북한의 문제라면 일방적 파기라는 행태, ‘비신사적이다’ 이런 것이다. 북한과의 합의는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북한이 합의 내용을 이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북한이 합의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한국과 미국이 계속 상황을 돌봐야 한다.”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특사단이 6일 오후 서울로 귀환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국면에 미북 대화 성사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지금 단계에선 연결고리 역할이 현실적이다. 마치 우리 정부가 ‘비핵화도 논의해보겠다’ 식으로 나간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지금까지 김정은의 행보를 봤을 때, 상당히 직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하는 인물이라고 판단된다. 김정은 입장에서 핵 문제는 남측과 다룰 문제가 아니다. 괜히 우리가 접근했다가 북한이 무시하면 우리 정부만 난처해질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한 것인지 청와대에서도 정부 역할을 ‘중개자’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 표현을 놓고 미국에선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를 제3자처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의견은 민주사회의 특성이고, 그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어떤 사안에 대해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목표다. 우리의 목표는 북한을 비핵화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직접적인 당사자인데, 어떻게 제 3자가 될 수 있겠나. 정부가 그런식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구도상 정부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 핵 문제 해결에서는 문제를 발생시킨 북한과 NPT라는 큰 틀을 가진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 두 주체의 입장이 상반된다. 이 두 주체가 조금씩이라도 공통 분모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정부의 역할이다. 이와 별개로 정부가 상황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오해가 나오지 않도록 정제된 표현을 쓸 필요는 있다.”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대북 제재를 깨지 않는 선에서 비정치적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현시점에 어떠한 교류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나?

“인도적 사안에 대해서는 남북 간 교류협력이 가능하다. 가장 급한 게 이산가족 상봉이다. 현재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13만 명 중 절반 가량이 돌아가셨다. 이외에도 전사자 유해발굴 등과 같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의제가 있다. 민간 지원 분야에선 백신 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당국간 대화도 성과가 기대되지 않더라도 일단 계속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대화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우리 입장을 북측에 전달할 수도 있다. 비핵화 변화가 없는데 제재를 약화하자는 말은 아니다. 제재는 제재대로, 교류는 교류대로 투트랙으로 가야한다.”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정은으로선 4월 남북정상회담이 외부 세계와의 첫 접촉이다. 이후 다른 나라와도 만날 것이라 보나?

“김정은이 방북 특사단을 적극적으로 만난 것을 봐선 대외 행보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중국이나 러시아 방문을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국가 수반은 헌법상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하도록 돼 있지만, 앞으론 김정은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북·중 정상 만남도 빠른 시일내 가능할까?

“북·중 간엔 조금은 껄끄러운 모습이 보인다. 중국이 그토록 북한을 향해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은 해버렸다. 현재는 북·중 경제협력도 예전만큼 안되고, 긴장관계가 있다. 이래서 김정은도 일단 중국의 도움 없이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계속 놔둘 순 없는 상황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관여를 하려고 할 것이다.”

-보수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남북관계 개선 사업을 진행하는데 애로는 없었나.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군은 군대로 북한의 도발에 엄정히 대처하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 통일부는 통일부대로 대화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민주사회가 건강한 이유는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 초기 통일부 폐지론이 나왔다. ‘왜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을 바꿀 수 있다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봐야 한다. 중요한 건 ‘북한의 변화’라는 목표다.”

-통일부 공무원으로 남북문제를 오래 다룬 사람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남북 관계는 긴 호흡을 갖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북핵 문제가 주목받으면서 핵 문제가 모든 문제의 근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핵문제가 해결돼도 생화학무기, 재래식 전력, 사이버테러 등이 남는다.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선 북한의 최고 지도층이 경계심을 풀고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관여해야 한다. 그게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 : 남북 간 대화 국면과 경색 국면을 두루 경험한 ‘통일부맨’이다.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나와 행정고시 32회로 통일부에 들어왔다. 남북정상회담 실무 업무를 주로 담당했으며, 이명박정부 들어 정세분석국장과 대변인을 거쳤다. 박근혜정부에선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을 역임한 뒤,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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