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경찰 “신경성 독극물로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입력 2018.03.08 08:25

지난 4일(현지 시각) 영국 남부 소도시 솔즈베리에서 ‘이중 스파이’였던 세르게이 스크리팔(66) 전 러시아 대령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33)이 괴한의 공격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 영국 경찰은 신경성 독극물을 사용한 암살 미수 사건으로 보인다고 8일(현지 시각) 밝혔다.

영국 경찰청의 마크 로리 부총경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크리팔 부녀 모두 신경작용제(nerve agent) 노출에 따른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둘 모두 명백하게 암살범의 표적이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 정보부에서 근무하며 영국 정보기관에 협조한‘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 /페이스북
신경작용제는 호흡기와 점막,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들어가면 뇌와 척수 등을 포함한 중추신경계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독극물이다. 노출 초기엔 침과 땀 분비가 증가하고, 시간이 지나면 발작 증상과 함께 몸이 마비돼 결국 사망하게 된다.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할 때 썼던 것과 비슷한 물질로 추정된다.

영국 경찰은 당시 현장에 급파된 경찰관도 신경 독극물을 일부 흡입해 심각한 후유증을 앓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 독극물이 일개 범죄자나 테러범이 제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2006년 연방보안국(FSB) 출신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암살 사건과 비슷한 정황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는 옛 FSB 동료를 만나 방사성 독극물 ‘폴로늄(polonium)’이 들어있는 차를 마시고 시름시름 앓다 사망했다.

영국 정부는 암살 시도가 이뤄진 부근을 전면 통제하고 증거 확보에 나섰다. /솔즈버리저널
스크리팔은 1995년 군 정보부 요원으로 유럽에서 근무하다 영국 정보기관인 MI6에 포섭돼 이중 스파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MI6 관계자와 접선할 때 주로 루이뷔통 가방을 들고 나가 ‘루이뷔통 스파이’로 불렸다. 스크리팔은 2004년 MI6에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 신상을 넘겼다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돼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0년 미국과 러시아 간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영국으로 건너왔다.

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에 러시아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러시아 정부 개입 정황이 명확해지면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 등 단호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을 두고 “영국이 반러시아 감정을 선동하기 위해 악용하고 있다”며 “서방 측이 정보를 조작해 러시아를 공격하려는 과거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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