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삐뽀삐뽀'] 아픈 게 조금 나았다고 항생제 끊으면 내성 생겨요

조선일보
  •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입력 2018.03.08 03:05

    [아이가 행복입니다] 병원 옮기며 항생제 치료받아도 곤란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요즘은 환갑 잔치 보기가 힘들다. 그만큼 평균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엔 예방접종과 항생제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의학적인 판단과는 달리 최근 항생제를 건강을 해치는 무서운 약으로 여겨 처방받은 항생제를 겁내고 사용을 기피하는 부모도 많이 생겼다. 말 많은 항생제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자.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이다.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폐렴은 물론 단순한 종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허다했다. 항생제가 개발된 후 정말 위험한 병에 걸린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건졌다.

    세균마다 잘 듣는 항생제가 다를 수 있으므로 항생제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항생제마다 그리고 같은 항생제라도 환자와 질병의 부위에 따라 사용하는 용법과 용량, 사용하는 기간이 다를 수 있다. 의사 처방한 기간대로 항생제를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항생제가 나오면서 인류는 세균과의 전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죽일 수 없다. 그러므로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 같은 병에는 항생제 효과가 없다. 많은 사람의 걱정과는 달리 동네 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항생제는 제대로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은 별로 없는 항생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세균들의 반격이 시작돼 항생제에 듣지 않는 세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항생제를 남용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데 그 이유는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세균들이 항생제에 견디는 내성(耐性)이 더 잘 생기기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을 줄이려면 당연히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일단 항생제를 사용한 환자는 의사가 처방한 기간 동안 항생제 사용을 중단해선 안 된다. 반쯤 죽었다가 살아난 세균들은 자기들이 경험한 항생제를 이겨내 내성이 생길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해도 내성이 생길 위험이 더 커진다. 그러므로 병원을 이곳저곳 옮기면서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것도 곤란하다. 치료 중 병원을 바꾼 경우 전에 사용하던 항생제 이름을 옮긴 병원에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필요 이상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하면 내성이 생길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간혹 증상이 좋아지면 항생제를 도중에 끊을까 말까 고민하는 분도 있는데 일단 사용하기 시작했으면 의사가 그만 먹으라고 할 때까지 사용하는 게 항생제 내성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란 사실을 꼭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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