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치 도둑질하듯 교과서 바꾸다니

조선일보
입력 2018.03.08 03:18

신학기부터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국정 사회교과서가 '1948년 8월 15일'의 의미를 '대한민국 수립'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모두 바꾸었다. 건국 시점은 임시정부 수립인 1919년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새 교과서는 또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장을 삭제했고, 새마을운동 사진도 없앴다. '유신체제'는 '유신독재'란 표현으로 바뀌었다. 또 기존 교과서에선 초등학생 교육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일본군 위안부'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새 교과서는 사진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새로 넣었다. 모두 새 정부 입맛에 따라 바꾼 것이다.

정권이 바뀐 지난해 이미 213건을 수정했다. 그런데 교과서를 수정하는 과정에 집필 책임자는 배제됐고 일부 학자가 작업을 주도했다고 한다. 집필 책임자가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라는 교육부 지시에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임자 모르게 교과서를 고치다니 도둑질과 뭐가 다른가.

새 정부는 야당 시절에는 좌(左)편향 교과서를 정부·여당이 수정하겠다고 하자 "교과서에 손대지 마라"고 했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자 더한 행태를 하고 있다. 곧 중·고교 교과서도 정부 뜻대로 바뀌게 된다. 시안(試案)에는 '북한의 6·25 남침' '북한 세습 체제' '북한 주민 인권'이란 표현이 사라졌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단어도 삭제했다. 정권 교체가 교과서 교체가 되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