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관진 영장 재청구는 法인가 폭력인가

조선일보
입력 2018.03.08 03:19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청구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전 장관 수사는 애당초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많았다. 검찰은 정치 댓글 혐의로 김 전 장관을 구속했지만 지시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데다 인터넷 댓글 수도 하루 10건도 안 되는 것이어서 '정치 개입' 혐의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일었다. 법원은 구속 11일 만에 적부심에서 김 전 장관을 석방했다. 그러자 검찰은 석 달 넘게 김 전 장관 주변을 샅샅이 뒤지더니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사실상 비슷한 사안으로 적부심에서 석방된 사람을 다시 구속하려 든 것이다. 검찰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잡으려 들면 성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적부심 석방 사유와 똑같다. 구속은 혐의가 충분히 소명(疏明)된 상태에서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 같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하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빠짐없이 응한 데다가 거듭된 압수 수색도 받은 김 전 장관은 도주·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게 상식에 가깝다. 이번 수사는 그에 더해 구속의 전제가 되는 '혐의 소명' 자체가 부실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영장 기각은 사안의 진상을 이해하지 못한 비상식적 결정"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법원을 비난했다. 시민단체가 아니라 국가 법 집행 기관이 하는 말이 이렇다.

검찰은 처음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수사 방향을 틀어 엉뚱한 혐의로 사람을 옥죄고 괴롭힌다. 별건(別件) 수사, 먼지떨이 수사다. 유죄 입증이 아니라 찍힌 사람을 어떤 구실로든 감옥에 보내는 것이 목적처럼 돼 있다. 검사들은 이걸 '정의'라고 한다. 정의가 아니라 불의(不義)이고, 법이 아니라 법을 이용한 폭력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