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거대한 쇼가 시작" "北핵무장 논리 인정" 전문가들 야박한 평가

입력 2018.03.06 22:02 | 수정 2018.03.06 22:16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6일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해 “특사단의 노력을 인정한다”면서도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한 건 큰 진전”이라는 긍정적 의견이 있었지만, “북측은 기존에 내놨던 입장만을 되풀이했다”는 부정적 얘기도 나왔다. “또 한번의 거대한 쇼가 시작됐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 논리를 인정해 줬다”는 평가절하도 나왔다.

2005년 베이징에서 6자 회담 당사국이 채택한 9·19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총 6차례 핵실험을 단행했다.

다음은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남성욱 고려대 교수,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과의 인터뷰(가나다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의 진달래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그의 부인 리설주 등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또 한번의 거대한 쇼, 파티가 시작됐다. 어떻게 보면 이란이 핵을 포기하기 직전보다 더 강력한 형태의 제재가 시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 북한이 궁지에 몰린 것은 사실 아닌가. 중국까지도 대북 제재에 협조한 상황에서, 북한이 더 버티다가는 북한판 외환위기가 하반기쯤 올 것이라는 설도 있었다. 조금씩 핵 동결을, 비핵화를 얘기하면서 마치 큰 행사의 막을 올리는 것처럼 액션을 취하고 있다.

현 정부는 앞장서서 대북제재를 해제하거나 완화할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해 숨통을 튼 뒤, 미국과는 비핵화 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협조적인 것처럼 보이려 할 것이다.

우리가 이 단계에서 비핵화와 비핵화 검증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고 선언하는 시점과 핵을 포기했는지 확인 완료하기까지의 시점은 최소한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차가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지금까진 비핵화라는 말을 던질 필요가 없었던 것인데, 중국까지 목을 죄어 오니 마지막 ‘플랜 B’를 쓴 거다. 비핵화라는 말을 쓰는 동시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을 이용하며 최악의 난국을 돌파한 뒤, 궁극적인 목표로 나갈 것이다.

오늘 결과를 매도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나 한·미 양국과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도달할 수 있게끔 보조를 맞춰나갈 수 있을지, 선언적 비핵화에 불과할지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도달할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이 비핵화의 긴 여정에서 한 걸음 내딛는 것이지, 마치 7부 능선을 넘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제2의 ‘2·13 합의’에 그칠 수 있다.

선언적 비핵화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있어야 한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을 가진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이다. 이번 발표가 김정은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 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했다는 근거가 될 순 없다.”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6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이번 방북 결과 1번 항목에서 판문점 정상회담 개최만이 색다른 점이고 3, 4, 5번 항목은 기존의 이야기를 다시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특히 3번 항목은 선대에 김정은의 아버지(김정일)가 많이 하던 얘기다. 이 얘기는 이미 20개의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수준이다.

4번도 상투적인 얘기다. 대화하는 동안 당연히 도발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핵무기, 재래식 무기를 남측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상당히 건방지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 볼모로 잡혔다는 것을 인정한 이야긴데, 그렇다면 우리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은 뭐가 되나.

평양에 가지 않고 결국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절반의 합의일 뿐이다. 이때까지 미·북 대화가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은 사진 찍기 용에 불과하다.

김정은이 진지하게 대접받고 싶다는 것은 제재를 완화하라는 의미인데, 미국이 이런 문항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나. 6·15, 10·3 합의 때 서훈 원장이 참여했는데 그 당시의 감각, 옛날 감각으로 기존의 것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북측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태에서 미국이 이런 것을 받아 들이겠나.

이번에 우리 특사단은 어떻게 하면 비핵화를 할 것인지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북측은 이번에 핵 보유 논리를 다시 얘기한 것이다. 김정일 때부터 하던 얘기를 또 듣고 온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방북 결과에서 미국이 건질 내용이 없다. 평양길보다 워싱턴 길이 더 험난할 수 있다. 구체적인 결과가 없어서 걱정이다. 정의용 실장이 뭔가 있다고 했는데 미국, 중국, 러시아에 가서도 대화의 문턱을 낮추라고 할까 봐 걱정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대북특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라고 평가한다. 한동안은 핵무장은 유훈이라면서, ‘핵·경제 병진노선’이라고 하면서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태도가 달라졌다. 하지만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야기했는지는 정부 발표문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대화 기간엔 핵·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겠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일정 수준 미·북 간 접점을 마련한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대화에 전제가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보장이라는 전제조건을 걸었다. 이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정상회담을 조기에 추진하겠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남북이 평창 계기 회담을 진행하면서 정상회담에 대해 오래 전부터 논의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가서 날짜를 정하고 온 건데, 문제는 이 부분이 한·미간 공조가 돼 온 사안인지, 미국 입장에서 서프라이즈인지가 중요하다. 미국이 봤을 때 서프라이즈라면 쉽지 않은 문제가 터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다급함이 느껴진다. 한국을 끌어들여서라도 미국의 군사적 옵션 가능성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절절히 느껴진다. 미국이 어떤식으로 반응할지가 관건이다. 일단은 북·미 간 탐색적인 대화라도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4월 정상회담과 미북대화까지 향후 북핵 해결 회담 구조가 어떻게 흘러갈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조선중앙TV가 8일 녹화 중계한 '건군절' 열병식에는 신형 지대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등장했다. /연합뉴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이나 서울에서 개최하면 준비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거의 제3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형식에 대한 완전히 파격적인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그것도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담한 성격과 결단력을 보여준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는 남북한 간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이번 특사 방북의 매우 중요한 성과이다.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밝혔는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남북 간에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에 향후 북미 간에 진지한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이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은 이번 특사단의 최대 성과이다.

정부가 특사 파견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의 안정적 관리 및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와 정치적․군사적 신뢰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매우 중대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수석대북특사로 방북했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뉴시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북한의 주장을 정당화해주고, 그들의 논리를 다 들어준 결과다. 결국 북한이 핵을 갖게 된 것은 미국이 적대 정책을 했기 때문이고, 북한이 도발한 것도 미국이 대화를 거부해서 한 것이라는 북한의 논리를 인정해준 셈이다. 북한이 한 행동의 원인은 다 미국 탓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은혜를 베풀어서 한·미연합훈련을 좀 봐주겠다고 한 것이다. 정상회담도 해주겠다는 식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가 안 간다. 완전히 비핵화라는 단어에 푹 빠졌다. 나머지 사안들이 갖고 있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합의했는지 기가막힐 노릇이다.

정상회담을 원했지만, 또 동시에 정상회담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가기도 그렇고, 또 김정은이 서울에 오기도 부담스러워 중립 지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현 정부는 조기 정상회담을 해야지 앞으로 4년 동안 그걸 계기로 뭔가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 정부만의 레거시(유산)를 빨리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앞섰던게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 노무현 정부 때는 막판에 남북 대화를 하다보니까 대못을 못박았으니 지금은 초기에 성과를 내 자신들마의 대북 정책을 대못박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 아닌가한다.

단순하게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응했다’고만 했으면 나름 성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앞으로 미국이 다 잘해야 비핵화가 된다’ ‘북한은 책임이 없다’ ‘북한은 지난 25년 지나는 과정에서 피해자였고, 가해자는 미국이었다’고 한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노무현 정부도 공식적인 문건에 이런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을 쓰진 않았다. 이 결과를 들고 현 정부가 앞으로 미국과 어떻게 대화를 할지 궁금하고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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