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쩌자고 그랬댜아" 충격과 혼란에 빠진 충남도민들

입력 2018.03.06 16:26 | 수정 2018.03.07 13:33

충남도청 청사 안에 인권센터 사무실을 알리는 광고판이 서 있다. /유병훈 기자
“워쩌자고 그랬댜아”

6일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의 충남도청 청사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관련 뉴스를 보던 노인이 탄식을 내뱉었다.

전날 안 전 지사가 정무비서인 김모씨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보도가 나간 후 도지사직을 사퇴하자, 충남도청은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충남도청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표정으로 대화했다. “정무직 사퇴자는 누구냐”, “상상조차 못해 어이가 없다” 등의 대화가 이어지다가도 기자가 다가가 분위기를 물을 때마다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민원실을 비롯한 도청 내 TV의 상당수는 꺼져 있었다.

충남도청사를 찾은 도민들도 당황한 반응이었다. 도청 앞에서 만난 박보선(68) 씨는 “다른 사람도 아닌 안 전 지사가 성 추문에 휩싸일 줄 몰랐다”며 “도정을 매끄럽게 이끌어가던 안 전 지사이기에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충남도청 내 한 은행에서 만난 중년 여성도 “믿을 사람이 정말 없다”며 “충청의 아들을 자임하던 안 전 지사의 낙마가 안타까우면서도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청이 위치한 내포 신도시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분명 정치적 음모가 있을 것”이라며 “안 전 지사가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도청에는 공무원·도민보다 기자들이 더 성황을 이뤘다. 1층과 지하 1층의 각종 편의시설에는 기자들이 모여있었다. 충남도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충남도청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100여명 전후인데, 이는 평소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라고 말했다.

지역시민단체의 규탄성명도 이어졌다. 대전여민회와 충남풀뿌리여성연대 등 대전·충남지역 20여개 여성단체는 성명을 내고 "임시방편의 정치 활동 중단 선언으로 성범죄 구속 사유를 물타기 해서는 안된다"며 "성폭력 범죄자 안희정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법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충청남도 공무원노동조합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희정 도지사의 즉각 사퇴와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도지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가 수행 비서를 권력관계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할 수 없다"며 "안 지사에 대한 성역없는 경찰 수사와 강력한 형사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여직원의 성폭행 폭로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도지사직을 사퇴한 6일, 도청 직원들이 식사를 위해 청사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도청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충남도지사 공관으로 향했다. 방송 차량들이 몰려들어 혼잡한 외부와 달리 관사 안은 적막했다. 안 전 지사는 전날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자 종적을 감췄다. 일부 측근과만 연락을 주고 받으며 모처에서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는 전날 정상 출근했지만 관사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안 전 지사의 아내 민주원씨도 전날 직접 차를 몰고 나간 뒤 귀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관을 지키고 있던 경찰관은 “안 전 지사와 부인 모두 공관에서 나갔다”며 “공관을 나선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오전 중에 난입해 난동을 부렸던 범인을 붙잡은 이후 경비를 강화했다”고 했다.

충남도지사 공관/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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