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국영철도공사와 전쟁… 공무원 철밥통도 깬다

입력 2018.03.06 03:03

[경제, 정상들이 먼저 뛴다] [1.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下]

공기업 개혁 나선 마크롱, 우선 2022년까지 공무원 12만명 감축 추진
61조원 빚에도 복지 누리는 '요새' "안 바꾸면 미래 없다" 개혁 칼날

'직원 15만명, 누적 부채 466억유로(약 61조원), 매년 신규 적자 4조원. 그럼에도 직원들은 다른 직장보다 5년 먼저 퇴직하고 10%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 프랑스 대표 공기업인 국영철도공사(SNCF)의 현주소다. 방만과 비효율로 점철됐지만 설립 이래 80년 동안 역대 어느 정권도 손을 못 댔다.

이런 난공불락의 '요새'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지난 2월 15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SNCF 개혁안을 발표했다. SNCF 직원들이 누리는 각종 복지 혜택을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다.

SNCF뿐 아니다. 마크롱은 공무원·공공기관 등 공공 부문에도 개혁의 칼을 들이밀었다. 프랑스 공공 부문의 비효율은 악명이 높다. 중앙·지방정부와 공기업에는 모두 560여만명이 일한다. 그런데도 전기·수도 등 공공 서비스를 신청하면 빨라야 일주일, 늦으면 한 달 넘게 걸린다. 외국인이 체류증을 신청하면 1년 가까이 돼야 손에 쥘 수 있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서비스에 프랑스 국민은 막대한 세금을 내고 있다. 이들의 월급을 보조해주는 데만 정부 예산의 3분의 1을 지출한다.

마크롱은 공공 부문 인원을 감축하고,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며, 성과 평가제를 도입하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12만명의 공무원을 줄이는 '퍼블릭 액션 2022'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공직 구조조정으로 줄인 인건비 예산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SNCF는 공공 개혁의 첫 시험대다. 철옹성 SNCF를 제압해야 다른 공공 부문 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민간 회사는 보통 62세에 퇴직하지만 SNCF에서는 사무직은 57세, 기관사와 정비사는 52세면 은퇴할 수 있다. 그러고도 평생 연금을 받는다. 기관사의 경우 1년에 휴가를 50일 쓴다. 직원들의 가족용 열차표 할인만 연간 2500만유로(약 333억원) 규모다. SNCF의 열차 운행 원가가 다른 유럽 국가보다 30% 높은 구조적 부실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쉬운 일이었다면 역대 정권이 못했을 리 없다. 당장 SNCF 노조는 3월 22일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마크롱은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히려 SNCF 개혁안을 국가적 중대 사안으로 간주하고 '법률명령(Ordonnance)'으로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의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시행에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개혁 반대 세력의 저항을 이겨내고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의회도 노동 개혁에 이어 SNCF 개혁까지 '법률명령'으로 처리한다는 데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마크롱이 권한을 남용하며 의회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불만 때문에 마크롱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최근 지지율은 35% 수준으로 대선 결선투표 당시 얻었던 66%에서 거의 반 토막 났다. 일간 르몽드는 "계속되는 마크롱의 개혁 노선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며 "마크롱이 이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에 마크롱의 남은 임기 4년이 달려 있다"고 했다.


佛, 공기업 지분 팔아 창업펀드 조성…이젠 스타트업 천국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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