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겪은 이탈리아마저… 극우·포퓰리즘黨 총선 승리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8.03.06 03:03

    [反난민·反EU 앞세운 정당들, 70% 가까운 득표율 얻어]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우파연합… 득표율 37%로 최다 의석 차지
    포퓰리즘 앞세운 '오성운동'은 단일정당 최고 32% 지지 얻어

    과반 정당 없어 연정 불가피… 당마다 성향 크게 달라 진통 예상

    4일(현지 시각)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반이민과 반유럽연합(EU)을 앞세운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이 집권 중도좌파에 승리했다. 극우 파시즘을 주창한 무솔리니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다시 인종주의를 내세운 극우 세력이 대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총선 출구조사 및 중간 개표 결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이 이끄는 우파연합이 37%의 득표율로 630석(하원) 중 248~268석의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파연합은 베를루스코니가 창당한 전진이탈리아당, 동맹당(극우정당동맹체) 등 4개 정당으로 구성돼 있다. 동맹당은 '난민에 이탈리아가 침범당했다'는 구호와 불법 난민 60만명 송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당이다. 집권을 위해 손잡은 이들은 반난민, 반EU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탈리아 총선 출구조사 예측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달 방송에서 "불법 난민 60만명이 이탈리아에 거주하는데, 이들은 범죄를 저지를 준비가 돼 있는 사회적 폭탄"이라고 했다.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도 "이탈리아는 독립 공화국이고 브뤼셀(EU)과 베를린(독일)의 이익에 피해를 봤다"고 했다.

    우파연합의 1당 지위가 유력해지면서 부패 스캔들로 2011년 불명예 퇴진했던 베를루스코니는 정치적으로 부활했다. 그는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총리가 될 수 없지만,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개별 정당으로 보면 기성 정치의 타파를 내걸고 2009년 창당했던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가장 높은 32%의 득표율(235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오성운동은 2009년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반부패·반EU 등의 기치를 걸고 창당했다. 2013년 총선에서 109석을 얻은 뒤 이번 선거에서 몸집을 두 배로 늘렸다. 오성운동도 반난민 정서를 활용했다. 창립자 그릴로는 "미등록 난민들을 즉각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오성운동은 공공분야 대규모 일자리 창출, 유아 보육비 환급 같은 선심성 공약도 앞세웠다.

    집권 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중도좌파연합은 24%의 득표율에 그쳐 의석수가 115석 안팎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높은 실업률과 침체된 경제, 난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유권자의 벌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어느 정당도 단독 집권이 가능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헝 의회'(과반 정당이 없는 의회) 출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향후 연정 구성 과정에서 복잡한 수싸움이 불가피하다. 반난민 정서의 덕을 본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이 손잡거나, 오성운동에 거부감을 가진 좌·우 대연정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BBC는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의 '유럽회의주의 포퓰리즘 연정'은 EU엔 악몽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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