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벗어난 軍 외출·외박 안된다"

입력 2018.03.06 03:03

[지역 상인들, 국방부 위수지역 폐지 방침에 반발]

"군인들 매출이 80% 넘는데… 대도시로 가버리면 어찌 사나"
접경지 지자체장들도 "지역 파탄… 국방부가 철회 안하면 강력 대응"

"군인 때문에 먹고사는 동네인데… 다 떠나면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지난 3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의 한 PC방. 116석 규모의 PC방은 주말을 맞아 외출·외박을 나온 군인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업주 연철민(39)씨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국방부의 군인 외출·외박 구역(위수지역) 제한 폐지 방침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군인들의 외출·외박 구역 제한을 폐지키로 했다.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군인 외출·외박 구역 제한은 인권침해"라며 국방부에 개선을 요구했다. 연씨는 "화천은 접경지역이라 외출이나 외박을 나온 군인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군인이 없다면 장사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국방부가 군인의 외출·외박 제한 구역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강원도 내 접경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군인은 작전 관리 등을 이유로 외박이나 외출을 나왔을 때 갈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됐다. 2시간 이내 복귀 가능한 지역으로 한정, 외출이나 외박을 나와도 부대 근처를 떠나지 못했다.

강원 화천군 읍내 도로 곳곳에 군인의 외출·외박 제한 구역 해제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강원 화천군 읍내 도로 곳곳에 군인의 외출·외박 제한 구역 해제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뉴시스
일선 장병들은 국방부 발표에 "자유로운 외출·외박을 보장받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화천 모 부대에서 근무 중인 김모 일병은 "인근 숙박업소는 시설이 노후하면서도 대도시보다 비싼 곳이 많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강원 양구에서 10대 고교생이 외박 나온 군 장병을 집단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군 여론이 싸늘해지며 지역 경제가 얼어붙었다. 군 장병 자녀를 둔 부모도 이번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최모(50)씨는 "지역 상인들이 영업 손실을 이유로 이를 막는 것은 횡포"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평온했던 마을에는 길목마다 '위수지역 폐지 발표, 즉각 철회하라' '위수지역 포기는 국가 안보 포기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화천 읍내에만 60개가 넘었다. 지역에선 국방부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지금껏 군부대에 제공한 모든 편의와 지원을 끊고 소음 피해 보상 소송 등 강도 높은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국방부가 주민들을 적폐 세력으로 내몰았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화천에서 20년째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박재복(53)씨는 "접경지역 주민은 60년 넘게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했는데, 그들은 우리를 적폐로 본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밝혔다.

각 지자체는 "접경지역의 파멸을 부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강원 화천·철원·양구·인제·고성과 경기 김포·파주·옹진·강화·연천 등 10개 시·군 지자체장들로 구성된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는 오는 7일 서울 국방부 육군회관에서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 간담회를 갖는다. 최문순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장은 "군인 외출·외박 제한구역 폐지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미 화천군번영회를 비롯한 지역 사회단체장 21명은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충호 화천군번영회장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조금의 타협이나 양보 없이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며 "다른 접경지역과 연대해 주민 총궐기와 주민 서명운동 등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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