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2배 뛰고 새 일자리 25만개… 마크롱 "프랑스가 돌아왔다"

입력 2018.03.05 03:06

[창간 98 기획]
[경제, 정상들이 먼저 뛴다] [1]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해고 쉽게, 고용 더 쉽게… 노동개혁엔 어떠한 양보도 없다"
흑자 내도 구조조정 가능케 하고 산별노조보다 기업개별협약 우선

기업인들도 공격적으로 투자… 작년 M&A규모 2007년후 최대

건축 내장재를 만드는 프랑스 기업 K사에는 190여 명이 일한다. 이 회사에는 노조 외에 노동자 대표 조직이 3개 더 있다. 종업원 대표(DP)에 6명, 기업위원회(CE)에 5명, 위생안전위원회(CHSCT)에 3명 등 세 조직에서 대표 14명이 일한다. 프랑스는 노동법에 따라 50인 이상 모든 기업은 의무적으로 3개 근로자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노조와도 힘든 협상을 해야 하는 기업들은 '3중 노동자 조직'과도 돌아가며 줄다리기해야 한다. "노동자 조직과 회의하고 협상하느라 세월 다 보낸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직원 50명은 프랑스 기업에 '마(魔)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종업원 수가 50명 넘는 회사로 키우지 않으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49인 이하 기업 숫자가 전체의 97.1%나 될 정도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는 이유다.

마크롱(왼쪽)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세계 1위 기업 독일 SAP의 빌 맥더멋 CEO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있다.
140개 글로벌 기업 경영진 초대해‘프랑스를 선택하라’ - 지난 1월 마크롱 대통령은 140여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을 베르사유궁에 초청해 자신의 친(親)기업 정책을 세일즈하는‘프랑스를 선택하라(Choose France)’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마크롱(왼쪽)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세계 1위 기업 독일 SAP의 빌 맥더멋 CEO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차 대전 전후 정립돼 70년 넘게 기업에 족쇄가 돼온 이런 노동 관행에 칼을 들이댔다. 그는 전격적으로 지난해 세 근로자 조직을 사회경제적위원회(CSE)라는 한 조직으로 통합하도록 했다. 마크롱은 노동 개혁안을 설명할 때마다 "(기존) 노동법은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막으면서 기존 정규직의 배만 불려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고 요건 완화해 일자리 늘리기 유도

지난해 9월 시행에 들어간 마크롱 노동 개혁의 핵심은 '해고를 더 쉽게, 고용도 더 쉽게'로 요약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까다로운 해고 요건을 완화했다. 그러니 신규 채용 시 부담이 줄어들어 고용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크롱은 중소기업 가운데 10명 이하 소기업은 1분기, 11~49인 기업은 2분기 연속 매출이 하향세를 보이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전에는 면담 실시, 직업훈련 실시, 재배치 시도, 보상금 지급 등 5~6가지 사전 조치를 수행하는 것이 의무 절차로 돼 있었다.

프랑스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구조조정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법인이 손실을 입고 있다면, 본사가 아무리 많이 흑자를 내더라도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이다. 예전에는 해외 본사가 이익을 내면 프랑스 내 구조조정은 봉쇄돼 있었다. 이 밖에도 마크롱은 산별(産別)노조가 개별 회사 노조를 쥐고 흔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전통적으로 산별 협약이 체결되면 개별 기업의 노사 협약보다 우선 적용됐지만 이것도 180도 뒤집었다. 기업 협약을 기본으로 적용하고, 산별 협약을 우선 적용하는 경우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70년 족쇄 풀자 기업 투자 쇄도

노동 규제를 풀자 외국 기업들이 먼저 빠르게 움직였다. 아마존은 애초 올해 프랑스 채용 인원을 1000명 수준에서 검토하다가 2배인 2000명으로 늘렸다. 로이터통신은 "아마존이 영국에서 2만4000명을 고용한 데 비해 프랑스에서는 5500명만 고용했지만 앞으로는 프랑스에서 고용을 대거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제너럴밀스, 빵 제조 회사 이스트볼트, 주스 회사 델몬트 등 노동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좀처럼 투자하지 않는 미국 식품 회사들도 올해 한꺼번에 프랑스에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자 당장 일자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의 새로 생긴 일자리는 25만3500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였다. 기업 파산율은 2016년 7.7%에서 지난해 4.6%로 뚝 떨어졌다.

기업인들의 태도도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기업들이 참여한 인수·합병(M&A) 규모는 2091억유로(약 278조원)로,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이 M&A에 나선다는 것은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사업 확장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마크롱이 기업인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킨 것이다.

기업인들만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다. 마크롱은 한술 더 뜬다. 그는 지난해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개혁에 반대하는) 냉소주의자나 게으름뱅이에게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며 불퇴전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호전된 경제지표를 받아들고,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서는 "프랑스가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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