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 남의 집, 오늘 구경하러 갑니다"

조선일보
  • 표태준 기자
    입력 2018.03.05 03:06

    낯선 사람 집 방문하는 모임 늘어… 집주인 취향·인생 간접 체험 목적

    서울 연희동의 한 셰어하우스에 사는 김성용(36)씨는 지난해 독특한 서비스를 창업했다. 소셜미디어로 사람들을 모아, 모르는 사람의 집을 구경시켜주는 '남의 집 프로젝트'를 만든 것이다. 자신의 집에 낯선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김씨에게 연락하면, 김씨가 예약받아 손님을 모집한다. '방문 비용'은 1인당 1만~3만원가량이다. 김씨는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룸메이트와 같이 멋지게 꾸민 집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발전시켜 창업했다"며 "생면부지의 낯선 이들이 남의 집에 모여 '어색천만'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이 모임의 목적"이라고 했다.

    낯선 사람들이 거실을 책방처럼 꾸민 집에 모여 얘기를 나눈다.
    낯선 사람들이 거실을 책방처럼 꾸민 집에 모여 얘기를 나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남의 집 프로젝트
    낯선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고, 모르는 사람 집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양한 직업과 취향을 가진 이들의 생활을 간접 체험한다는 것이 '남의 집 모임'의 매력이다. 요가 강사 집에서 다같이 명상 체험을 하고, 책 수집이 취미인 사람 집에 모여 독서한 뒤 얘기를 나눈다. 혼밥 하기 싫은 이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는 '소셜다이닝'과 혼자 일하기 싫은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일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모임이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다. 종종 이런 모임에 참석한다는 요리사 이재호(33)씨는 "음악이나 영화, 스포츠 같은 테마로 집을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하지만, 직업 때문에 요리 공간을 중점적으로 꾸밀 수밖에 없었다"며 "남의 집을 구경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앞으로 어떻게 집을 꾸밀지 아이디어도 얻는다"고 했다.

    '남의 집 모임'이 인기를 끌자 여행 업계에서는 아예 집에 초점을 둔 여행 상품도 내놓고 있다. 에어비앤비 코리아 홍종희 팀장은 "은퇴한 작가가 책이 그득한 자기 집을 소개하며 여행객들에게 인생상담을 해주는 식의 상품이 인기를 끈다"며 "집주인의 취향과 인생관을 탐험하는 '경험공유 서비스'가 요즘 여행 트렌드"라고 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과거 '식구들의 주거지'라는 기능만 있던 집이 소규모 가구가 많아지면서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주택난에 시달리는 젊은 사람들이 겨우 구한 비좁고 개성 없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며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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