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포커스]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택한 이유

입력 2018.03.05 03:12 | 수정 2018.03.05 16:11

종신제 부활 단정은 이른 듯
中, 집단지도체제 문제 노출… 美·러와 맞설 필요성도
亞太지역 행보 거칠어질 듯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지난 한 주 중국은 벌집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2월 25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헌안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 제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탓이다. 덩샤오핑은 집권 직후인 1982년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하는 개헌을 했다. 마오쩌둥 같은 종신 독재자가 나오지 못 하도록 하려는 조치였다.

"중국몽이 아니라 황제몽(皇帝夢)이다" "마오쩌둥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거냐"….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이런 한탄이 쏟아졌다.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는 '이민'이 주요 검색어로 올라왔다.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을 지지해온 중산층과 지식 계층조차 그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월 1일 자에서 "국가 지도자 종신제 부활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적 안정(長治久安)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라고 해명했다. 환구시보도 "중국은 이미 지도부의 평화적 교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며 종신제 부활론 차단에 나섰다.

이번 개헌은 작년 10월 19차 당대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후계자 지정이 미뤄지면서, 시 주석이 개헌을 통해 임기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헌안은 올 1월 18~19일 열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2중전회)에서 확정됐고 1월 26일 전인대에 건의문이 제출됐다. 그런데 이 사실이 공개된 것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3일 내에 주요 내용이 발표되는 전례에 비추어보면 이례적으로 늦었다. 상하이방(上海�)과 공청단(共靑團) 등 다른 세력이 반발했거나, 장쩌민 전 주석 등 원로그룹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헌이 마오쩌둥식 종신제 부활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해외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시대 상황이 크게 달라졌고, 시 주석 반대세력도 건재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이 5년 임기를 추가로 더해 2028년까지 집권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시 주석이 이런 강력한 지위를 누리게 된 배경에는 숙청을 통해 장쩌민 전 주석의 권력 기반이었던 군(軍)을 장악했다는 점이 있다. 반(反)부패를 통해 흔들리던 공산당 집권 기반을 다졌고, 그의 권위에 도전할 정적(政敵)들도 대거 제거했다. 덩샤오핑이 만든 집단지도체제 자체가 문제점을 노출한 측면도 있다. 후진타오 집권 말기에는 9명의 상무위원 중 말석인 저우융캉이 자기 관할하에 있는 무장경찰을 동원해 쿠데타를 기도하려 한 사건이 벌어졌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중국 공산당은 집권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었다.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이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가 당내 후계자 선발 투표에 대비해 매표 행위를 한 혐의가 드러나는 등 후계 시스템에서도 구멍이 발견됐다.

중국 공산당이 향후 10년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가정하면, 이런 인물들에게 맞서 대국(大國) 관계를 끌어갈 강력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임 시 시 주석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은 서방 전문가들이 미·중(美·中) 경제 규모가 대등해질 것으로 보는 시점이다. 스쭝한(史宗瀚)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BBC 인터뷰에서 "시진핑의 연임이 중국 입장에서 잠재적으로 좋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마오쩌둥 집권 후기처럼 아부가 판치고, 정책 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중국이 독재의 부작용에 시달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은 우리에게 도전적인 과제이다. 아태 지역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시진핑의 거친 외교 행보와 미·중 간 갈등 고조로 바람 잘 날이 없을지 모른다. 새로 시작되는 시진핑 10년을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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