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사태에 글로벌 무역전쟁까지, 설상가상이다

조선일보
입력 2018.03.05 03:19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철강 25% 관세 조치로 세계 경제가 무역 전쟁터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권익 수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일자리를 빼앗는 부당한 조치에 멍청하게 앉아 있지는 않겠다"고 했다. 중국은 콩·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을 검토하고, EU는 28억 유로(3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에 대한 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트럼트는 어제 "추가 보복을 하겠다"고 했다. 트럼트는 더 나아가 "그들이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것만큼 똑같이 부과할 수 있도록 조만간 '상호(相互)세'를 도입할 것"이라며 유럽산 자동차 등에 대한 보복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일자리와 부(富)를 빼앗기는 어리석은 무역 협정과 정책 때문에 연간 8000억 달러(약 866조원)의 무역 적자를 내고 있다"면서 미국의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이 말은 현 체제에서 미국 기업과 미국 소비자가 이익을 보는 것은 빼고 하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 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경제장관은 "무역전쟁을 하면 패배자들만 남는다"고 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과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살아나는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외신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철강·알루미늄과 함께 자동차, 항공, 조선, 반도체 등 6개 산업에 집중될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우리의 사활이 걸려 있는 주력 산업 분야다. 자칫 미국, 중국, EU가 무역 전쟁에 들어가면 우리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에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그렇게 될 일이 아니다. 섣불리 중국, EU의 대미 보복에 가담했다가는 감당키 어려운 사태를 만날 수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막후에서 조용하게 미국을 설득하면서 무역 전쟁이 확대되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둑을 쌓기 전에 파도가 덮치면 재앙이다.

미국과 중국, EU 중 누구도 적으로 돌리지 않고 국익을 지키는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3대 경제 세력에 속하지 않는 최대 무역국가 중 하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 정부는 G20의 '스탠드 스틸(보호무역조치 동결)'을 통해 국제적인 공조를 이끌어 낸 적이 있다. 당시의 교훈을 되새겨 봐야 한다. 미국이 재가입하려고 하는 일본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북핵 위기와 글로벌 무역전쟁의 동시 발발로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