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명운 가를 對北 특사 방북 국민이 주시해야

조선일보
입력 2018.03.05 03:20 | 수정 2018.03.05 05:55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5명으로 구성된 대북 특사단을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에 파견한다. 정 실장은 정부의 대미 외교 총괄자이고, 서 원장은 1·2차 남북 정상회담에 모두 관여한 사람이다. 문 대통령 친서를 들고 갈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은 대통령 '복심(腹心)'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이 세 사람을 한꺼번에 보내는 것은 김정은에게 현 사태의 엄중함을 강조하고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려는 뜻일 것이다. 김정은이 만약 '비핵화하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히면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트럼프·김정은 회담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북 외무성은 대북 특사단 발표 전날인 3일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전제 대화는 안 할 것이란 의미다. 그러면서 핵보유국 지위로 미국과 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지금 김정은은 궁지에 몰려 있다. 대북 제재가 과거와는 다르다. 북은 미국의 대북 군사 조치 가능성에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계속 방패막이로 삼기 위해 어떻게든 남북 대화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대북 특사단에게 비핵화라는 문제의 본질은 비켜가면서 한·미 훈련과 북핵·미사일 실험 동시 중단, 이산가족 상봉 등을 내걸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자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어떤 현란한 제안도 '비핵화'가 아니면 기만일 뿐이다.

문제는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의 유혹을 쉽게 떨칠 수 없으리란 사실이다. 이 정부 측 인사 상당수가 북핵 폐기를 포기하고 '핵 있는 평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핵 인질로 그냥 살자는 것이다. 지금은 입 밖에 꺼내지 못하지만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여론화시키려 할 수 있다. 집권 세력이 '전쟁이냐, 평화냐'라고 나서고 방송 등 여권 매체들이 한목소리로 가세하면 남남갈등이 심각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방북은 북핵이란 암 덩어리를 더 키우는 빌미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씨 일가의 핵개발 의지를 과소평가했다가 협상으로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6년 후 북은 첫 핵실험을 했다. 그래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한국 정부는 비핵화 얘기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다. 이번 대북 특사단도 그런 결과를 낳는다면 5200만 국민은 북한의 핵 인질로 굳어지고 만다. 국민이 눈을 크게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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