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이 바다 하늘 넘나들어도 몸 낮추는 정부

조선일보
입력 2018.03.03 03:14

중국 군함들이 작년에 서해에서 한·중 간 중간선을 80여 차례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도의 8배다. 올 들어선 두 달 동안에만 20차례 이상 넘어왔다. 대규모 해상 훈련을 하고 우리와 협의 없이 용도 불명의 부표(浮標)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한·중 사이 바다 경계선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중간선으로 하는 게 관행이고 상식이지만, 중국은 자기들 땅과 인구가 크다며 바다를 더 차지하겠다고 한다. 폭력적인 주장이다.

중국이 중간선을 넘어 군함 항행을 늘리는 것은 1차적으로 중간선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횟수가 늘고 규모가 커진 것을 이 때문만으로 보기 힘들다.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을 것이다. 패권적 성향을 감추지 않고 있는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몽'은 이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중국은 작년부터 울릉도와 독도 인근 동해 상공을 4차례 정찰비행 하는 등 하늘에서도 우리 남해와 동해 쪽 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시로 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울릉도 서북방 55㎞ 지점(영해 경계 기준 33㎞)까지 날아왔다. EEZ 침범과 KADIZ 침범은 같은 목적 아래 이뤄지는 것이다. 서해도 아니고 동해를 중국이 정찰할 이유는 달리 없을 것이다.

중국은 서해 중간선이나 동·남해 KADIZ 침범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영해(領海)나 영공(領空)이 아니기는 하지만 군사적 목적으로 그 선을 넘을 때는 해당 국가에 사전 통보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중국은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 정찰기가 동중국해에서 자기들 경제수역 쪽으로 다가오기만 해도 "중국의 해상과 항공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반발해 왔다. 미국 정찰기를 직접 위협하다가 공중 충돌한 적도 있다.

우리에게 주변 바다와 하늘은 생명선이다. 지금까지 한·미 동맹을 통해 지킬 수 있었다. 중국은 이를 허물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을 만만한 상대로 보고 흔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들락거리다가 결국 기정사실화할 것이다. 정부는 중국 눈치만 보고 있다. KADIZ 침범 때 중국 대사를 불러 놓고도 하루가 지나서야 공개했다. 중국이 수시로 EEZ 중간선을 침범한다는 이날 보도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이 정부는 중국만 관련되면 몸을 낮춘다. 미국에 대해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말하고, 일본과는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와 딴판이다. 중국의 서해 중간선, KADIZ 흔들기에도 침묵한다면 정부의 기본 의무마저 저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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