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對北 특사, 金에 '비핵화 없이 남북, 미·북 불가능' 전해야

조선일보
입력 2018.03.03 03:15

문재인 대통령은 1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특사를 조만한 파견할 것"이라면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특사가 다녀오면 결과를 알려 달라"고 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전해듣고 북과 대화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현 단계에서 김정은으로부터 직접 비핵화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다. '있다'는 답이 나오면 미·북 대화로 급속히 국면이 바뀔 것이다. '없다'로 나오면 대북 제재나 미국의 군사 조치 외에 달리 길이 없다.

현재로서는 '없다'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거의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는 전망이다. 김정은의 대화 공세는 문재인 정부를 미국의 공격에 대한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대북 특사를 보냈다가 김정은이 '핵 포기는 절대 없다'고 나오면 문 대통령은 어떻게 하겠다는 복안이 있나.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가 대북 특사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함께 지적해온 것이다. 그래도 이제 특사 파견은 기정사실이 됐다.

한국에 온 김영철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했다.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20여년간 모든 걸 쏟아부어 핵을 개발했다. 이제 핵은 그들에게 생명과도 같게 됐다. 김여정이 문 대통령에게 "평양에 빨리 오시라"며 남북 정상회담 초대장을 전달한 것은 북이 핵 포기 없이 미국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한국이 거들어 달라는 요청이다. 더 쉽게 말하면 '핵 있는 평화'의 길로 유혹하는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고 평화의 빛이 깃든 것 같지만 한반도엔 북핵 먹구름이 그대로 뒤덮여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반발할까 봐 우리 국민에게조차 '비핵화'라는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김영철 일행은 이런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았다. 북으로 돌아간 김영철이 김정은에게 '한국을 이용할 수 있다'고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북 특사는 김정은에게 상황 오판을 경고해야 한다. 북이 비핵화 결심을 하지 않으면 미·북 대화는 없으며, 미·북 대화 없이는 남북 대화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남는 것은 더 강력한 대북 제재와 미국의 군사 조치뿐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한국 정부가 북과 한편이 돼서 '핵 있는 평화'를 받아들이도록 미국을 설득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터무니없는 환상이라고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김정은은 북에서 핵에 대해 결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가 한반도의 현실을 제대로 보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대북 특사의 사명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미 간의 틈이다. 이번에도 양국 정상 통화 내용 발표가 초점이 달랐다. 청와대는 북한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걸 강조했으나 백악관은 대화의 목표는 오직 북핵의 완전하고 확실한 폐기뿐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이 틈을 눈여겨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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