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변호사가 만든 AI 변호사, 日 민법시험 2년 연속 1등

조선일보
  • 김아사 기자
    입력 2018.03.03 03:02 | 수정 2018.03.03 04:22

    대형 로펌과 시스템 공급 협약'인텔리콘' 대표 임영익 변호사

    어떻게 개발했나
    美 유학, 英수학회 정회원 38세에 사법시험 본 후 평소 생각했던 AI에 몰두

    고등한 판단 가능한가
    법에는 정답 없어 검색·답변엔 능통하지만 의사 결정 맡겨선 안 돼

    업무 영역 어디까지
    사건 초기 변호사 할 일 획기적으로 시간 줄여 10년 내 법률시장 판가름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가 2월 27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공지능(AI) 변호사 ‘유렉스’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활에서 흔히 쓰는 용어를 유렉스에 검색하면 이를 법률 용어로 바꿔 이해하고 관련 법령과 판례를 내놓는다.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가 2월 27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공지능(AI) 변호사 ‘유렉스’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활에서 흔히 쓰는 용어를 유렉스에 검색하면 이를 법률 용어로 바꿔 이해하고 관련 법령과 판례를 내놓는다. /박상훈 기자
    서울 역삼동 '인텔리콘'은 인공지능(AI) 법률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2월 27일 이 회사는 변호사 158명이 소속된 대형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AI 법률 시스템 도입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AI 변호사가 대형 로펌에 취업한 것이라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1956년 다트머스 학술회의에서 AI란 말이 처음 등장한 지 62년이 흘렀지만 AI는 인간을 제대로 흉내 내지 못했다. 영화 속 터미네이터를 향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그만큼 넓었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이용해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붐이 일면서 AI가 다시 주목받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다.

    인텔리콘에서 만든 AI의 수준과 실력이 궁금했다. 인텔리콘은 국제 법률 AI 대회 일부 과목에서 2016년과 2017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로펌과 협약식이 있던 날 개발자이자 변호사인 임영익(48) 대표를 만났다.

    ―개발한 AI가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1위를 했다.

    "당시 대회는 일본 사법시험 민법 과목의 실제 문제를 AI가 푼 뒤 정답과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민법 추론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를 했다. 한국의 예전 사법시험을 AI가 푼다면 1차는 합격할 수 있다. 논술형인 2차 시험 스타일은 아직 힘들다."

    ―현재 어느 정도 업무를 수행하나.

    "이번에 로펌과 협약을 맺은 프로그램인 '유렉스'는 일종의 검색 시스템이다. 일상용어로 검색하면 법률 용어로 바꿔 이해하고 관련 법령과 판례를 내놓는 식이다. 예컨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다리를 촬영'이라고 입력하면 법률 용어인 성폭력으로 이해하고 합당한 결과를 내놓는 식이다. 변호사들이 사건 초기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게 검색이다. 이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AI 변호사라고 하기엔 초보적 수준 아닌가?

    "AI라고 하면 으레 거창한 개념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언론이 과대포장하는 것이다. 사실 AI의 결정체는 우리가 매일 쓰는 구글이다. 원하는 게 모두 검색되지 않나.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알고리즘을 내놓는 게 기술이다."

    ―AI가 좀 더 고등한 판단을 할 수는 없나.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법에는 정답이 없다. 누군가 사람을 때린 게 폭행인지 아닌지는 오로지 판사의 결정 영역이다. 이 의사 결정을 AI에 맡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법률 AI와 관련된 철학은 1950년대 만들어졌는데 이때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검색할 수 있는지, 변호사처럼 정확하게 묻고 답할 수 있는지의 두 가지 방향성이 확립됐다. 그 이상은 사회적 효용성이 없다."

    그는 서울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물리학, 화학,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영국수학회 정회원일 정도로 수학에도 조예가 깊다. 귀국해선 서른여덟 살에 돌연 사법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그는 스스로를 주변인(outlier)이라고 불렀다.

    ―다양한 배경을 가졌다.

    "어려서부터 엉뚱한 생각을 많이 했다. 타임머신, 인조인간을 만들고 싶었다. 대학에 갔는데 그런 건 아무도 안 하는 것이라더라. 원론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싶어 수학, 물리학 등을 공부했다. 2005년 미국 유학을 갔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 교수직을 위해 유학 가는 우리와 달리 연구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비즈니스화하는 데도 월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스티브 잡스와 아이튠, 유튜브가 매일 학생들 입에 오르내렸다."

    ―법률 시장과 AI에 주목한 이유는.

    "늦었지만 우리도 미국과 격돌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여러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법률 시장에도 주목했지만 당시 법에 대해 일자무식이었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법은 수학적이면서도 수학적이지 않다'고 하더라. 처음 들었을 때 이해가 안 됐는데 직접 법을 공부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법은 논리적이다. 이런 면은 자동화가 가능하다. 방대한 양 탓에 비논리적인 부분이 생기는데 그것도 비즈니스 모델화에 적합하다고 여겼다."

    ―판검사 등으로서 성공은 생각 안 해봤나?

    "내가 할 영역이 아니었다. 합격이야 했지만 사법연수원에서 2년을 죽어라 공부해야 하는데 AI 분야에서 세계와 경쟁한다는 생각이 있어 몰두가 안 되더라."

    ―AI 변호사가 변호사들에게 득인가 실인가.

    "변호사가 10분 걸릴 일을 1분 만에 해주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우리 기술을 이용하면 계약서 검토나 고소장 작성 등의 시간이 단축돼 변호사 업무 범위가 넓어진다. 미국에도 많은 업체가 있지만 시장이 되레 열리는 효과가 있었다. 더욱이 해외로의 진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고객 입장에서도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쌍방이 이득이다. 기술이 인간을 위협한다는 건 낡은 생각이다."

    ―우리 기술 수준을 미국과 비교할 수 있나?

    "미국엔 IBM이 개발한 '로스 인텔리전스'가 유명하다. 미국은 영미법, 우리는 대륙법 체계다. 우리는 어떤 일에 어떤 법을 적용할지 추론하는 게 중요하고 미국은 엄청난 양의 판례 중 적절한 것을 찾아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국의 법 환경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 5~10년 안에 기술 성장과 개별화 수준 등이 세계 법률 시장 향배를 판가름할 것이다.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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