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짧은 진료시간, 정형외과 의사 120% 활용법

조선일보
  • 유재호 정형외과 전문의
    입력 2018.03.03 03:02

    [유재호의 뼛속까지 정형외과]
    간단한 메모로 증세 설명, 이전 진료기록 미리 준비… 이해 안되면 다시 물어라

    짧은 진료시간, 정형외과 의사 120% 활용법
    얼마 전부터 장모님이 가슴이 답답하고 힘이 없다고 하셨다. 문제는 증상이 좀 모호하고 막연했다는 점이다. 의사 사위로서 무엇인가 해야 되겠다는 의무감이 솟구쳤지만 어느 과 선생님에게 부탁을 드려야 할지 종잡기 힘들었다. 뚜렷한 증상을 주로 접하는 정형외과 의사로서는 이런 상황이 난감할 수밖에. 장모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동료 선배들에게 무식하지 않게 보이려는 마음이 충돌했다. 다른 과 선생님들이 나를 어수룩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저 멀리 쫓아 보내고, 환자의 표현 그대로 전달하여 진료를 의뢰했다. 입장이 바뀌니까 이렇게 어렵구나, 새삼 깨달은 순간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입장을 바꿔보기로. 내가 정형외과를 찾은 환자라면 어떨까. 환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정형외과 의사에게 내 문제를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제한된 진료 시간 중에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내용에 시간을 낭비하면 더 중요한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다.

    정형외과 의사의 입장에서 우선 중요한 판단은 이 환자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 여부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많이 다르다. 정형외과 의사는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으므로 진찰이나 영상 검사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적 이상을 찾아낸다.

    의사들은 의과대학에서 문진을 배운다. 환자와 기본적 대화법이다.

    정형외과도 마찬가지. 팩트 체크는 메모로 전달할 것을 제안한다. 언제부터 어디가 불편했는지, 다친 적은 없는지와 얼마나 불편한지를 간단한 메모를 활용해보자. 그리고 이전에 치료받았던 내용은 서류를 통해서 알려주자. 의사들은 자기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이상한 용어로 대화를 하는데, 보통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진단서, 의무 기록, 사진 등을 내밀면 된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 환자가 알려주지 않는 내용까지 당연히 알아차릴 만큼 '똘똘한' 의사는 흔하지 않다.

    둘째,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은 다시 묻고 다시 설명해 달라고 요구한다. 내 담당 의사는 나를 위해서 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하게 요구할 수 있다. 물론 너무 다그쳐서 몰아세우지 않도록 대화의 기술로 '밀당'하자. 불친절한 의사는 그 사람이 문제이지만, 실력 없는 의사보다는 덜 나쁜 법이다.

    정형외과 의사는 구체적이고 근거가 있는 판단을 하는 훈련을 반복한 사람들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성격을 미리 알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병원 한번 가려면 시간과 노력을 꽤 들여야 한다. 내 담당 의사를 어떻게 잘 이용할지 한 번쯤 생각하고 준비해 보자. 환자의 입장에서는 '명망 있고 존경받는 의사 선생님의 지시를 받는다'보다는 '실력 있고 유능한 의사를 내가 잘 이용해 보자' 전략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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