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가능 여성' 매년 10만명씩 사라진다

조선일보
  • 이기훈 기자
    입력 2018.03.02 04:02 | 수정 2018.03.02 11:20

    저출산 원인 결국 '가임여성 부족'… 출산율 높여도 인구는 계속 줄어
    결혼하기 좋은 사회 만들어야… 실제 결혼여성 출산율은 2.23명

    신생아 수 급감 등 한국이 직면한 사상 최악의 '초저출산 현상'은 '가임(可妊) 여성 부족'이 최대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결혼한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과거보다 적게 낳는 현상보다는 가임 여성 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이 신생아 수 감소에 열 배 이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구구조적 문제 때문에 앞으로 출산율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한국의 인구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4년 합계 출산율(15~49세 여성이 낳는 자녀의 수)은 1.21명으로 전년도(1.19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2014년 신생아 수(43만5400명)는 2013년(43만6500명)보다 오히려 1000명 줄었다.

    가임기 여성 인구 수 그래프

    출산율은 높아졌는데 아이는 덜 태어나는 역설(逆說)적인 상황의 원인은 가임 여성 감소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우해봉 연구위원 등이 최근 펴낸 '인구변동의 국제 동향과 중장기 인구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14년 신생아 수 변화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가임 여성 수 변화가 미친 영향이 61.4%, 출산율 저하의 영향은 5.6%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1994~2004년에는 가임 여성 수 감소가 신생아 수 감소에 12%만 영향을 미쳐 출산율 감소(41.3%)보다 덜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2004~2014년엔 열 배 이상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신생아 수는 1971년(102만5000명)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태어난 여성이 결혼할 나이가 된 2000년대가 되면서 가임기 여성의 감소가 본격화했다. 지난 2006년 1361만명이던 가임기 여성은 2016년 1267만명으로 100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주 출산 연령인 25~39세 여성도 2016년 519만7000명으로 10년 전인 2006년(625만명)보다 105만명이나 줄었다. 매년 애 낳을 여성이 10만명씩 줄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저출산(출산율 1.3명 이하)이 본격화한 2000년대에 태어난 여성이 결혼할 나이인 2030년대에는 가임기 여성이 10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생아 수가 계속 감소하면 미래 가임 여성 수도 계속 줄면서 저출산에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임 여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결혼을 기피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면 신생아 수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유배우 합계 출산율(결혼한 여성의 출산율)은 2016년 기준 2.23명으로 추정된다. 결혼만 한다면 요즘도 아이는 둘씩 낳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젊은 층의 혼인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12년 32만7100건이던 혼인 건수는 2017년 역대 최저치인 26만4500건으로 줄었다. 2015년 기준 30대 남성의 미혼율은 44.3%, 여성은 27.9%에 달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인구학) 교수는 "저출산 문제의 주요 원인은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자녀가 있어야만 혜택을 받는 보육 지원이 지금까지의 저출산 문제 핵심 대책이었지만 앞으로는 청년 일자리·주거 문제 등을 해결해 결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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