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시장 왜곡을 저지할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월 28일 359페이지짜리 '2018 무역정책 어젠다·2017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을 540회 언급하며 비난했다. 이번 보고서는 강경 보호무역주의자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사진〉가 작년 5월 USTR 대표가 된 이후 처음 발간된 것으로, 출범 2년이 지난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정책 기조가 정리돼 있다.

보고서는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했던 경제 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최근 몇 년간 '시장 원리'와 더 멀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은 전 세계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며 "중국이 어떤 정책을 펴든 그건 자유지만, 미국이 주권국가로서 어떤 대응을 하든 그것도 자유"라고 했다.

중국과 기술 전쟁과 관련, "불공정하게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획득하는 경쟁자들로부터 우리 기술과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며 "우리는 중국이 미국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얻어가려는 비합리적인 시도에 대해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에 착수했고, 필요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작년 12월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NSS)이 통상 정책과도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통상 압박과 관련 "안보 논리와 통상 논리는 다르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의 시각이다. 보고서는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중국·러시아는 미국의 힘·영향력·이익에 도전하고,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런 도전은 안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무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우리는 동맹국과 상호 협력하며 책임과 부담을 공유하는데, 이는 무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시장경제를 수호하며 미국에 호혜적 기회를 주는 나라들은 우리와 진정한 친구, 동맹이 될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하고 불공정 무역에 관여하면 우리는 우리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선도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에 대해선 "대(對)한국 무역 적자가 심해졌는데 한국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 1~2월 두 차례 회의를 하는 등 조약 수정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적 독립에 초점을 맞춘 무역정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서 "이는 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공정한 처우와 효율적인 글로벌 시장을 위한 '실용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미 메르카투스센터의 경제학자 크리스틴 맥대니얼 연구원은 보고서에 대해 "(과거 보고서와) 어조가 매우 다르다"며 "무역 의제에서 이렇게 공격적이고 보호무역주의자 같은 톤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