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끝나고 펑펑 울었다" 평창올림픽 빛낸 4명의 대표 디자이너들

입력 2018.03.01 15:22 | 수정 2018.03.01 15:32

“흠잡을 것 없는 게 흠”
지난달 25일 폐막한 평창동계올림픽을 두고 찬사가 이어졌다. 경기장 인프라는 물론 개·폐막식의 예술적 성취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채로운 의상 역시 박수 받을 대목으로 꼽혔다. 한국미(美)를 극대화한 의상으로 평창을 수놓은 진태옥·이영희·금기숙·송자인 의상디자이너 4인을 인터뷰했다.

◇ 서울·평창올림픽에 모두 참여… 진태옥 의상 디자이너
지난 9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존레논의 Imagine(이매진)이 흘러나왔다. 이날 개회식에서 전인권, 하현우, 이은미, 안지영은 ‘평화의 노래’ 무대에서 평화를 노래했다. 개성이 넘치는 이들을 한 데 묶은 건, 디자이너 진태옥의 옷이었다.
“30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요. 1988년 서울올림픽은 정숙한 분위기라고 하면 2018 평창 올림픽은좀 더 버라이어티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였어요.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모두 역사를 고증하는 부분도 탁월해졌고, 미디어 아트도 훌륭했죠. 다 된 밥상에 의상으로 숟가락 하나만 얹었지만 2018 올림픽을 보며 기뻤습니다” 진 디자이너의 말이다.

그래픽=이은경
진 디자이너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2018 평창올림픽에도 의상감독으로 참여했다. 지난 올림픽, 유니폼을 만들었던 진 디자이너는 이번에는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옷을 디자인했다. 그는 개막식에 대거 선보인 한복 대신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옷이면서 어우러질 수 있는 의상을 택했다. 안지영에게는 한국의 젊은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발랄한 느낌을, 이은미에게는 컬렉션때 발표했던 옷을 입혀 당당한 느낌을 줬다.

진 디자이너는 “네명의 가수가 연령층도 다르고, 각자의 캐릭터가 다 다르지만, ‘올림픽 정신’처럼 이들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는 데 신경썼다”고 말했다.

◇ 전통으로 아름다움을 살리다...이영희 평창올림픽 의상감독
텅 빈 무대 한가운데서 장구 소리가 울려 퍼진다. 흰색 한복을 입은 장구 연구자들이 무대 중앙에서 장구 연주를 뽐낸다. 어둠 속에서 장미꽃잎 같은 치마를 입은 장구춤 연주자들과 무용수들이 이를 감싸며 쏟아져 내려온다. 음악이 절정에 달하면 무대 중앙의 연주자들의 흰색옷이 순식간에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바뀌며 태극 문양을 만든다. 전 세계의 눈길이 쏠렸던 이들은 개막식의 장구춤 연주자들이다.

그래픽=이은경
“평창올림픽 개막식만큼 국제적인 무대가 없었습니다. 그간 한복을 세계화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개막식 때 ‘죽어도 소원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이영희 디자이너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화동, 태극장구와 장구춤 퍼포먼스, 애국가합창단, 올림픽찬가, 아리랑퍼포먼스 공연자들의 한복 디자인에 참여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쉼없이 달렸다. 의상 디자인을 끝내고 18일간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온몸의 힘을 모두 쏟았다.
이 디자이너가 초점을 맞춘 것의 한복의 담백함과 순결함이다. 개막식을 통해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장구춤 한복은 전통적인 저고리와 치마만으로 눈을 사로잡았고, 정선아리랑을 부르는 김남기 명창 옆에 뗏군의 의상은 무명에 흙빛이 나게 염색하고, 손으로 누빔을 하나하나 놓아 전통적인 미를 살렸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도 깔끔하도록 세세한 디테일까지 신경썼다. 완성된 장구춤 의상을 전통적인 의상으로 바꾸고, 이에 어울리게 장구도 교체했다.

◇ 세계가 감탄한 눈꽃요정… 금기숙 평창 올림픽 의상감독
눈꽃요정 같은 피켓요원이 사뿐히 들어온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선수 입장을 겨울 동화처럼 만든 건 피켓 요원의 의상이 한몫했다. 흰색 철사에 반짝이는 구슬, 비닐으로 수작업해 만든 풍성한 치마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나타냈다. 형태와 길이, 구슬의 색이 각각 다른 이 의상은 제작 기간만 6개월이 걸렸다. 피켓요원의 옷은 각기 다른 땀방울을 엮어 하나 된 열정을 형상화한 것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의 슬로건인 ‘패션, 커넥티드(Passion, Connected)’를 의미한다.

그래픽=이은경
금기숙 홍익대 교수는 이번 개폐회식에서 웅녀 의상과 피켓 요원의 ‘눈꽃의상’, 오륜기·태극기 운반수 의상 등을 만들었다. 금 교수는 지난 2015년부터 예술감독단에 참여했다. 개폐회식에서는 위원장 인삿말, 선수 입장 등 ‘의식’ 부분을 맡았다. 창의적인 디자인보다는 품위와 우아함을 강조했다. 금교수는 “‘한국적인데 멋있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했다.

금 교수는 태극기 운반수와 피켓요원의 옷 모두 전통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줬다. 피켓요원의 옷은 예술작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1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눈길을 잡아두기 위해 노력했다. 서른명 피켓요원의 개성을 살려 맞춤형 옷을 만들었다. 21세기형 한복 느낌도 줬다. 피켓요원의 목부분은 동그랗게 하지 않고 삼각형태로 겹쳐 한복의 깃처럼 보이게 하고, 머리에 쓴 화관은 장식을 붙여 족두리를 연상시켰다.

폐회식의상도 ‘한복처럼 보이지만 경쾌한 디자인을 담은’ 옷을 만들었다. 태극기 운반을 하는 어린이들 의상은 따뜻하지만 전통미 있는 두루마기 코트를 활용했다. 소리꾼 장사익은 백의민족을 나타내는 흰색 옷을, 대관령 초등학생들은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옷을 입었다. 파란색을 활용해 평화의 의미를 담기도 했다.

◇ 고구려 여성부터 도깨비불 댄서·LED 보더까지...1000벌 만든 송자인 디자이너
저고리를 외투처럼 길게 하고, 허리에 벨트를 맨 고구려 고분 벽화 속 무용수들이 하늘 하늘 움직인다. 화선지에 퍼진 먹 방울 같은 프린트가 눈길을 끈다. 송자인 디자이너는 자신의 손을 거친 1000여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의상으로 고구려 무용수를 꼽았다. 의상은 고구려 시대 벽화 속에서 살아 걸어나온 것처럼 만들었다. 평면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벽화 속 색채가 은은하게 퍼지는 듯한 분위기를 살렸다.

그래픽=이은경
송 디자이너는 개·폐막식의 현대 문화 공연 의상 감독을 맡았다. 전통한복을 제외한 공연단의 모든 의상과 디렉팅을 맡았다. 한복에서 모티브를 따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의상들이다. 지난해 초 현대의상의 감독직을 제안받은 뒤, 1년동안 기획, 디자인, 검수, 납품 등 제작 총괄을 맡았다. 개회식의 경우 여덟개, 폐회식에는 열두개 스타일을 제작했다.

미디어 퍼포머, 도깨비불 댄서, 드론 오륜기와 함께 등장한 설원의 LED 보더, 핑크 푸시맨까지. 수많은 의상을 만든 그의 목표는 전통적인 한국의 아름다움과 현대의 모던함을 조화롭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한복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살려 한층 더 활동적이며 조형적인 의상을 제작했다.

많은 의상 중 주목받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의상도 있다. 개막식에서 폐막식까지 공연의 커다란 주제를 이끌어가던 다섯아이의 의상이다. 기술적 부분과 디자인적 측면까지 오랜 시간 고심해서 준비했지만 크게 빛나지 못했다. 다섯아이의 의상은 개막식에서 생략되면서 폐막식을 통해 다소 적은 분량으로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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