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출생아는 35만7700명으로 역대 가장 적었다. 6·25 때도 한 해 50만명 넘게 태어났다. 전쟁 때보다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5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最低)이자 OECD에서 압도적인 꼴찌다. 충격적인 것은 작년 12월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월했다는 사실이다. 12월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겨울철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 추세로 다가가는 나라는 없다.

1970년대 초 우리나라 한 해 신생아는 100만명을 넘었다. 반세기도 안 돼 35%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2000년 우리 출산율은 1.46명으로 일본(1.36명)보다 높았다. 그 뒤 우리는 추락하고 일본은 늘어나 역전됐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고령화 사회인 일본보다 우리가 더 나빠졌다니 악화 속도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정부는 2년 전만 해도 신생아 수가 35만명이 되는 시기를 2036년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19년이나 빨리 다가왔다. 이 추세라면 인구 정점(頂點) 시기는 당초 예측했던 2031년에서 4년 이상 앞당겨질 것이라고 한다. 10년 이내 대한민국은 인구 자연감소 국가가 된다는 얘기다. 저출산 문제가 최악(最惡)의 시나리오를 넘어 재앙으로 흘러가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무상 보육, 출산휴가제, 단축 근로제, 아동수당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12년간 126조원 예산을 썼다. 그래도 실패했다. 정책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는 뜻이다. 작년 한 해 혼인 건수는 전년보다 6.1% 감소했다. 매년 6~7% 줄어들고 있다. 2016년 출산 통계에서 기혼 여성만 따로 떼어보니 출산율이 2.23명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문제지, 일단 하기만 하면 아이를 2명 이상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가로막는 문제를 찾아 해결해 줘야 한다. 주택 가격 상승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 부족일 것이다. 아동수당, 무상 보육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고 새 비즈니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해야 한다. 젊은이들 일자리를 늘려야만 절벽에서 추락하는 듯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