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카페에 아무나 오실라

입력 2018.02.28 03:05

공장 골목·건물 꼭대기에 숨어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카페 늘어

스마트폰 지도에는 분명히 카페가 표시돼 있었지만, 건물 어디에도 카페 간판은 없었다. 대신 1층 건물 출입구 유리문에 'Twoffice(투피스)'라고 인쇄된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시멘트 계단을 올라 5층에 다다르자 디자인 사무실 겸 카페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페 창밖에는 개 그림이 그려진 파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아는 사람만 찾아올 수 있도록 한 그 깃발이 카페 표시였다. 서울 을지로 5가에 꼭꼭 숨은 카페다.

서울 을지로에 숨은 카페 ‘사층’. 옛 건물 내부를 거의 손대지 않고 구조만 바꿨다(왼쪽). 건물 5층에 있는 ‘투피스’ 카페를 밖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파란 깃발뿐이다(오른쪽).
서울 을지로에 숨은 카페 ‘사층’. 옛 건물 내부를 거의 손대지 않고 구조만 바꿨다(왼쪽). 건물 5층에 있는 ‘투피스’ 카페를 밖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파란 깃발뿐이다(오른쪽). /김성윤 기자
카페들이 좁은 골목과 낡은 건물로 숨어들고 있다. '설마 이런 곳에 카페가 있나' 할 정도로 예상하기 힘든 곳에 있는 카페들이다. 서울 을지로와 송파구에 이런 카페들이 많이 숨어있다. 카페 '사층'은 을지로 방산시장 뒤 인쇄 골목에서도 오가는 사람 거의 없는 후미진 곳에 있다. 이곳에 찾아간 날엔 골목 입구에 트럭이 세워져 있어 한참 헤맸다. '4F'라고 적힌 작은 입간판 맞은편 문을 열면 오래된 인쇄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어, 들어온 사람을 다시 어리둥절하게 한다. 벽을 따라 설치된 좁은 철제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주문을 받는 카운터가 나타난다. 차를 마시는 공간은 다시 계단을 올라 3·4층으로 가야 한다. '가배도' '크럼브' '얼터너티브' '어퍼사이드' '오린지' 등 요즘 송파구의 이름난 카페들도 롯데월드타워나 석촌호수 같은 명소가 아닌 주택가 곳곳에 파고들어 있다.

숨은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독특한 공간과 느낌을 소비하러 온다. 카페 '사층'에서 만난 이아름(22)씨는 "미대 다니는 친구가 발견하고는 멋지다고 알려줘 보러 왔는데, 커피랑 토스트도 맛있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대화하고 사색을 즐기는 살롱(Salon)'을 표방하는 합정동 '취향관'은 공간과 느낌을 경험하는 시간을 판매한다. 2층 가정집의 외관을 거의 손보지 않고 영업한다. 현관을 들어서면 호텔 컨시어지처럼 직원이 우선 손님을 맞는다. 컨시어지는 손님에게 체크 항목이 있는 종이를 내준다. 함께 온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토커(talker)'를, 혼자 사색하거나 책 읽거나 글 쓰고 싶으면 '싱커(thinker)'에 표시한다. 카페 이용료는 2시간에 1만원, 5시간 2만원을 받는다. 커피, 차, 맥주, 와인 등 음료 한 잔이 이용료에 포함된다. 일반 카페가 음료를 구입하는 대신 공간과 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이곳은 시간과 공간을 사면 음료가 딸려 나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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