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평창 하늘의 미국 드론

조선일보
  • 박정훈 논설위원
    입력 2018.02.28 03:16

    평창올림픽 폐회식의 드론 쇼는 하마터면 불발(不發)될 뻔했다. 날씨가 문제였다. 돌풍이라도 불면 드론끼리 충돌할 위험이 크다. 시연(試演) 때 드론들이 얽혀 우수수 떨어진 적도 있었다. 폐회식 당일 행운처럼 바람이 멎었다. 행사 시작 몇 분 전에야 최종 '고(Go)' 사인이 떨어졌다. 300대 드론이 연출한 '수호랑'의 실루엣이 평창 밤하늘을 수놓았다.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드론 쇼는 온갖 우여곡절이 많았다.

    ▶드론 쇼의 콘텐츠는 우리가 만들었다. 다만 기술은 미국 인텔 것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애초 연출팀은 국내 드론 업체를 물색했다. 그러나 맡길 만한 곳이 없었다. 1000여대 드론을 프로그램 하나로 제어하는 능력을 갖춘 곳이 없었다. 결국 평창 공식 후원사인 인텔로 결정됐다. 모두가 인텔은 반도체 기업으로만 알았다. 인텔이 드론 쇼에서도 세계 1등인 것을 처음 알았다는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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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이 구사한 것은 클라우드(군집) 비행 기술이었다. 드론 쇼뿐 아니라 재난 때 수색이나 지도 제작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 한국도 기본 기술은 갖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이 드론 20대까지 군집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예산이 떨어져 수십대 급(級)에서 더 진전되지 못했다고 한다. 일찍부터 드론에 투자했다면 평창 하늘을 수놓으며 세계인의 갈채를 받은 것은 한국 기술이었을지 모른다.

    ▶날씨와 함께 끝까지 발목을 잡은 것이 규제였다. 국내법은 야간에 드론을 못 띄우도록 원천 금지하고 있다. 올림픽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규제가 풀렸다. 야간이라도 당국의 특별 허가를 받으면 띄울 수 있게 됐다. 그래서 평창 드론 쇼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허가받는 데 최장 90일이나 걸린다. 업계에선 하나 마나 한 규제 완화라고 불만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야간 비행 허가를 받은 것은 평창올림픽뿐이다.

    ▶몇년 전까지 한국의 드론 경쟁력은 세계 상위권이었다. 지금은 중국이 압도적 1위다. 우리는 따라가기 힘들만큼 뒤처졌다. 규제가 드론의 숨통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이유로 드론의 도심 비행도 금지돼 있다. 비행 승인을 신청하려면 온갖 서류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관료들은 여전히 복지부동이다. 규제 탓에 한국 드론이 평창에 날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국토부는 해명에만 급급하다. 기술력도 있고 인재도 있는데 정치권과 관료들의 규제 때문에 '드론 패전(敗戰)'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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