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기는 관객의 세상 보는 시선 바꿀 수 있어"

조선일보
입력 2018.02.27 03:03

영화 '플로리다…' 호텔 매니저役 윌럼 더포 이메일 인터뷰
베를린영화제 명예 대상도 받아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내 아내"

"그는 독특합니다. 유달리 독특하고, 세상 누구와 견줄 수 없이 독특하죠." 지난 20일 제8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특별시상식에서 영화감독 빔 벤더스가 명예황금곰상을 받은 윌럼 더포(63)를 두고 한 말이다. 금빛 트로피를 쥔 윌럼 더포는 이렇게 화답했다. "오래 일했습니다.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계속하겠습니다." 갈채가 쏟아졌다.

최근 제68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받은 윌럼 더포.
최근 제68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받은 윌럼 더포. 그는 이날“영화를 찍을수록 어렵다. 그래서 겸손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쏘아보면 베일 것 같고 웃을 땐 태풍도 뒷걸음칠 것 같은 배우 윌럼 더포는 1981년 영화 '천국의 문'으로 데뷔한 이래 줄곧 강렬했다. '플래툰(올리버 스톤)' '광란의 사랑(데이비드 린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마틴 스코세이지)' '잉글리시 페이션트(앤서니 밍겔라)'같은 거장 작품에 두루 출연했고, 영화 '스파이더맨' 1·2편에선 악역 '고블린' 역할도 했다. 여전히 예술 독립영화, 블록버스터 영화와 연극 무대를 거칠 것 없이 넘나든다.

지난 22일 국내 개봉한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와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 두 편에 더포가 연달아 나온다. 오는 3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개성 넘치는 얼굴만큼이나 늘 남다른 캐릭터에 끌렸던 걸까. 이메일로 만난 더포는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사람들은 특이한 캐릭터나 센 역할로 나를 기억하지만 내겐 그 역할보다는 영화 전체가 중요하다. 항상 영화 속에 어떻게 녹아들까 고민했을 뿐이다."

영화‘플로리다 프로젝트’에 출연한 윌럼 더포.
영화‘플로리다 프로젝트’에 출연한 윌럼 더포. 올 3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오드
의사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는 항상 바빴다. 여덟 형제 틈바구니에서 자란 어린 더포는 종종 혼자이길 꿈꿨다. 우연히 본 연극 한 편이 인생 지침(指針)을 움직였다. "극장에 앉아서 처음으로 자유롭다고 느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연기를 전공했고, 뉴욕으로 건너가 실험극단에 합류했다. "연기는 어떤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지 기술이 아님을 일찌감치 배웠다. '누군가'가 되는 것보다 '무엇'을 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영화 찍을 때도 비슷했다. "좋은 연기는 관객 생각이나 세상 보는 시선을 바꿔놓는다고 믿는다. 그런 작품을 만나려 애쓰다 보니 거장 감독과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에선 1가구 1자녀 산아제한법이 있는 상상 속 나라에서 몰래 일곱 쌍둥이를 키우는 할아버지를 연기했고,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선 모텔촌에서 사는 극빈층 아이들을 조용히 돕는 모텔 매니저로 분했다. "영화 속에서 배우가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 보였으면 한다. 그 순간을 위해 지금도 애쓴다."

로맨틱한 남자이기도 하다. 2005년 만난 이탈리아 배우 겸 감독 지아다 콜라그란데와 점심 먹다가 "오늘 결혼하자"고 말했다는 더포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명예황금곰상 수상소감 끝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내 지아다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빔 벤더스, 미안해요! 당신도 멋진 감독이지만 아내가 먼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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