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기부금 규모 5조원 시대, 착한 돈은 어디로 몰렸나

입력 2018.02.27 03:03

[Cover Story] 비영리 지형도 분석

기부금 5조원 시대다. 매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예산이 개인과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모이고 있다. 공익 법인에 지원하는 정부보조금도 20조가 넘는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해야 할 역할을 민간이 일부 대신한다는 점에서 세액·소득공제도 해준다. 2017년 기준 기업들이 법정·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해 절감한 법인세만 약 6215억원이며, 개인이 기부를 통해 돌려받은 소득세는 7347억원에 이른다. 국가가 세금으로 대신 낸 기부금이 연간 1조를 넘는 셈이다.

하지만 미르·케이스포츠재단(2016년), 새희망씨앗(2017년), 아르콘(2018년) 등 지정기부금 단체로 인정받은 공익 법인의 투명성 문제가 연이어 보도되면서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지정기부금 단체는 주무 관청이나 지자체가 추천하고 기획재정부가 승인하며, 세제 혜택을 받는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과 아르콘은 문화체육관광부, 새희망씨앗은 서울시의 추천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부처별로 관리·감독되는 지정기부금 단체 시스템이 구멍이다"고 지적한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2016년 국세청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지정기부금 단체 상위 20곳, 정부 부처 17곳(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외) 중 상위 10곳을 전수조사하며 비영리 지형도를 분석해봤다.

개인 기부금 1000억 넘는 공익법인 TOP3… 월드비전, 유니세프, 굿네이버스

대중 모금의 최강자는 2023억4508만원(기부금 총액)을 모은 월드비전이었다. 월드비전이 모금한 대중모금액(1739억6035만원)은 전체 모금액의 86%이며, 절반에 가까운 47.6%가 해외 아동 정기 후원금이었다. 월드비전은 1950년 미국에서 설립된 구호 단체로, 한국전쟁 당시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 목사가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협력해 시설지원·무료의료지원 등 본격적인 구호 활동을 펼쳤다. 한국에는 1964년부터 '한국선명회'란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1991년 10월부터 월드비전 국제본부를 통해 받아온 해외 원조를 중단하고 자립했다. 월드비전은 전체 기부금의 78%를 아동 후원 사업을 포함한 해외 사업비로 사용했다.

월드비전에 이어 유니세프한국위원회(1337억6263만원)와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널(1303억3840만원)도 1000억원이 넘는 개인 기부금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개발도상국과 유니세프 본부에 기금을 전달하는 모금 단체 성격을 띠며, 국내 사업 및 직접 사업 비중이 매우 낮다.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널은 1991년 국내에서 설립된 공익 법인으로 지역 개발, 아동 권리 교육 등 해외 사업비로 76%가량을 지원했다. 한편, 어린이재단의 총 모금액은 1334억3085만원으로 1000억원이 넘지만, 개인 기부금은 759억1659만원에 그쳤다.

개인 기부금 상위 10위권 안에는 일반적으로 기부 단체로 인식되는 사회복지법인이 주를 이뤘다. 한국컴패션(716억464만원),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545억8402만원), 밀알복지재단(248억1010만원) 등 총 8곳이 사회복지 사업을 하거나, 해외 구호 개발과 관련된 단체였다. 특히 한국컴패션은 716억원가량의 기부금 100%가 해외 사업에 쓰였다. 빈곤 국가 어린이들을 1대1로 결연하며 양육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지정기부금 단체 중 개인 기부금이 가장 많은 공익 법인은 (재)통일과나눔이었지만,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단 1명의 개인 기부금(대림코퍼레이션 주식 장부 2868억원)이 대부분이라 대중 모금 관련 비교·분석에서는 제외했다.)

기업 기부금, 어디로 몰렸나

기업 기부금과 관련해서는 어린이재단이 488억303만원을 모금해 사회복지법인 중에서 강세를 보였다. 전체 모금액의 36.6%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업에서 기부받았다. 2016년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약 23억원), 신세계 이마트 부문(약 20억원), 삼성전자 DS 부문(약 11억원) 순이었다. 어린이재단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저소득 가정이 자동차를 바탕으로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희망드림 기프트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월드비전(180억601만원)과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134억7508만)도 100억원이 넘는 기업 기부금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비전은 영원무역으로부터 12억8121만원 상당의 현물 후원을 받았고,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는 기아자동차로부터 가장 많은 17억3900만원을 기부받았다.

기업 재단에서는 삼성이 설립한 공익 법인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삼성생명공익재단(1153억5089만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500억원), 삼성복지재단(220억원) 등은 약 19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기부금 수입을 올렸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전자가 1000억이 넘는 기부금을 출연했고, 삼성서울병원 운영과 관련된 의료 사업에 1100억원가량 기부금을 지출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2013년 삼성이 기초과학 및 기술 분야 연구 목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에 500억원을 기부했고, 이 중 절반가량인 약 270억원을 서울대산학협력단, 울산과학기술원산학협력단 등에 연구비 명목으로 사용했다. 삼성복지재단은 기부금 220억원 중 약 162억원을 삼성전자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인 드림클래스 사업비로 지출했다. 드림클래스는 저소득층 중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생 멘토가 학습 지도를 하는 교육 사회공헌 사업이다.

MG새마을금고 지역희망나눔재단(193억6630만원), 지에스칼텍스재단(190억원), 롯데문화재단(170억4770만원), 행복나눔재단(168억8394만원)은 모두 기부금 수입이 150억원이 넘는 기업 재단이다. 이 중 MG새마을금고 지역희망나눔재단은 2015년 12월 설립된 신생 공익 법인으로, 2016년에는 직원 1명이 약 700만원 규모의 취약 지역 공동체 사업을 지원한 것이 전부였다. 지에스칼텍스재단은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전남 여수에 조성한 예울마루 공연장 운영비로 49억8485만원을 지출했으며, 잔여 기부금은 2017년 운영비와 장도 지역 문화 시설 건립 사업비로 사용하겠다고 공시자료에 밝혔다. 롯데문화재단은 롯데 계열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롯데콘서트홀 운영비로 사용했으며, SK 계열사가 주요 기부자인 행복나눔재단은 사회적기업 지원 사업을 운영했다.

정부보조금 가장 많이 받는 공익 법인은?

지정기부금 단체 상위 20곳 중 정부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공익 법인은 홀트아동복지회였다. 홀트아동복지회는 2016년 연간 사업 수입의 50%에 해당하는 368억4618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았다. 분야별로는 홀트일산복지타운,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등 장애인 복지 사업(30%)과 지역 복지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지역 사회복지 사업(39%)이 주를 이룬다. 특히 마포구건강지원센터, 마포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하남시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지자체로부터 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홀트 직원은 1287명으로 사회복지법인 중 가장 많았다.

어린이재단과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등 보건복지부를 주무 관청으로 하는 사회복지법인들도 전국 곳곳의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정부로부터 일정 보조금을 받고 있다. 어린이재단은 전국에 1129명의 직원들이 아동 보호 전문 기관(6곳), 가정 위탁 지원센터(6곳), 종합 사회복지관(7곳) 등을 비롯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19개 지역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월드비전도 전국 43개 사업장에서 지자체와 협력해 국내 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도 가정 위탁 지원센터와 지역 아동센터,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을 운영하며 아동 보호와 관련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부처별 TOP10 공익 법인 평균 기부금, 2억원에서 717억원까지 천차만별

주무관청에 따라 공익 법인의 기부금 규모의 편차는 상당했다. 각 부처별 상위 법인 10곳의 기부금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 보건복지부 산하 지정기부금 단체 10곳의 기부금은 평균 717억9235만원으로, 전 부처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산하 법인 10곳의 기부금은 평균 326억9706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국방부 산하 지정기부금 단체의 기부금 평균값은 2억214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기획재정부 산하에선 KB금융공익재단이 기부금 1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KB금융그룹에서 2011년 200억원 규모로 설립한 KB금융공익재단의 총자산은 767억9000만원 상당으로, 경제금융 교육 사업, 장학 사업, 취업 학교 운영 등에 26억원을 지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선 삼성이 출연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500억원), 네이버가 설립한 커넥트재단(90억원), KT그룹의 KT희망나눔재단(85억1097만원) 등 IT 기업이 출연한 기업 재단이 강세를 보였다. 통일부 산하의 한국글로벌피스재단은 고(故)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의장이 2008년 설립한 것으로 29억1861만원의 기부금 수익을 올렸다. 교육부 산하에는 서울대학교병원 및 '사립학교법'에 해당하는 사립학원이 기부금 상위권을 차치했다. 통일부(통일과나눔, 2960억6515만원), 보건복지부(월드비전, 2023억4508만원), 외교부(유니세프 한국위원회, 1337억6263만원)에서 1000억원 이상 기부금 수익을 올렸다. 그 밖에도 법무부(한국소년보호협회 14억6329만원), 국방부(대한민국육군발전협회 8억4105만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편 문체부 산하 기부금 규모 1위인 케이스포츠재단은 지난해 3월 설립 허가가 취소됐으며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