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따고도 '사죄의 큰절'… 김보름, 언제 고개 들까

입력 2018.02.26 03:11

[2018 평창]

왕따 스케이팅 사태로 비난받아… '죄송하다' 반복하며 폐회식 불참
"마녀사냥은 그만" 두둔 여론도

은메달을 따고도 소감은 "죄송합니다"뿐이었다. '노선영 왕따 스케이팅' 논란으로 비난받았던 김보름(25)은 24일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일본의 다카기 나나(8분32초87)에 이어 2위(8분32초99)로 들어왔다. 경기 중반까지 중·하위권을 달리다 10바퀴째부터 서서히 속도를 끌어올렸고, 15바퀴째 3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16바퀴째엔 강점인 막판 스퍼트로 2위로 달리던 네덜란드의 이레인 슈텐(8분33초02·동메달)을 제쳤다.

김보름은 동료 박지우가 준결승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이날 혼자서 결승 레이스를 펼쳤다. 외국 선수들의 뒤에 바짝 붙어 공기저항을 줄이는 영리한 플레이로 힘을 비축했다.

김보름이 24일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2위로 골인한 후 빙판에 태극기를 펼쳐 놓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김보름이 24일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2위로 골인한 후 빙판에 태극기를 펼쳐 놓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보름은 경기 후 울음을 터뜨렸다.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기쁨의 눈물은 아니었다. 시상식에서도 웃거나 환호하지 못했다. 지난 19일 여자 팀추월 첫 경기(준준결승전) 후반부에 뒤처진 동료 노선영을 내버려 두고 박지우와 둘만 먼저 골인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후유증 때문이었다. 김보름은 20일 사과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악성 댓글에 도를 넘은 인신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김보름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5일까지 6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정신적인 고통을 겪은 김보름은 매스스타트가 열리기 전까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한다. 불자(佛子)인 김보름이 스님들의 위로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교 신자 욕 먹인다"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김보름이 매스스타트 경기 후 빙판에 태극기를 펼치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한 것도 사죄의 마음을 다시 전하기 위함이었다.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에서도 김보름은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목소리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에 큰절을 했다"고 말했다.

각종 스포츠 관련 커뮤니티에선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은메달을 딴 실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마녀사냥식의 과도한 비난은 그만하자'는 등 김보름을 두둔하는 글도 상당수 올라왔다. 김보름은 25일 폐회식도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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