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17일 일정을 끝내고 어제 막을 내렸다. 시설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도시들에서 열려 걱정들이 많았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조직위원회와 1만6000명 자원봉사자들, 많은 공무원이 애쓴 결과다. 한국 선수단의 메달 성적이 당초 목표엔 못 미쳤지만 국민도, 선수들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2관왕 최민정이 쇼트트랙 1500m 후반부에서 보여준 압도적 질주는 국민들에게 쾌감을 줬다. 스켈레톤 윤성빈은 설날 오전 세계 제패로 국민을 기쁘게 해줬다. 경북 의성의 고교 친구들 위주로 팀을 짜 '영~미~' 유행어를 낳으며 결승에 오른 여자 컬링팀은 전국적인 컬링 신드롬을 낳았다. 빙속 여제 이상화는 아깝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금메달을 딴 일본 선수와 서로 등 두드려주는 성숙함을 보여줬다. 이승훈은 한참 동생뻘 후배들을 이끌고 선전하다가 기어코 금메달을 따내 스피드스케이팅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림픽 도전 70년 만에 설상(雪上) 종목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된 스노보드 이상호도 대견했다. 팀추월에서 왕따 논란을 일으킨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딴 후 '죄송하다'고 울먹였고 국민들은 '괜찮다'며 박수를 쳐줬다. 선수들이 딴 메달 뒤에 얼마나 큰 노고가 감춰져 있는지 국민들이 잘 안다.
과거 한국은 동계올림픽에선 쇼트트랙에서나 메달을 땄고 김연아 같은 천재적인 선수 한둘로 버티는 나라였다. 이번 올림픽에선 불모지였던 썰매, 스키 등 종목에서도 고루 성적을 냈다. 겨울 스포츠의 기반이 든든해졌다는 느낌이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국민은 모처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선수들 덕분에 환호하고 아쉬워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평창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보며 울고 웃었다.
이번 올림픽은 대회 운영 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개·폐회식은 10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의 9분의 1 예산밖에 안 썼지만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한류(韓流)가 어우러진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관객, 현지 주민들의 친절과 질서 있는 응원도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한국은 하계올림픽, 월드컵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낸 몇 안 되는 국가가 됐다. 올림픽 치른다고 반짝 관심이 불붙었다 식어선 안 되고 앞으로도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 남기 위해 정부도 국민도 관심을 기울여줘야 한다. 올림픽을 위해 지은 시설들을 앞으로 잘 활용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