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의 '검사 비리 수사'를 주목하는 이유

조선일보
입력 2018.02.24 03:19

서울고검이 수사 관련 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검찰 관계자들에 대해 수사 중이다. 현직 검사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중 한 검사는 변호사의 고소로 구속된 광고 대행업자의 재판을 담당하면서 업자의 구치소 접견 기록 등을 고소한 변호사에게 넘겨준 혐의라고 한다. 다른 검사는 주가 조작 사건 피의자 측에 유출한 자료를 압수 수색으로 되찾아온 뒤 파기해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검사의 혐의는 서울고검이 탈세 혐의로 구속한 변호사와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해당 변호사는 횡령과 탈세 혐의로 여러 번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처벌을 피했다고 한다.

그간 검찰은 자기 손으로 내부 비리를 밝혀내 처벌한 적이 거의 없다. 언론 보도나 관련자들 폭로가 있고 나서야 마지못해 수사하는 척만 하고 끝낸 경우가 많았다.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조직 이해를 앞세우는 시대착오적 패거리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종종 열렸던 '검사 회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자기들 권한이나 보호하자는 내용이었지 내부 자정(自淨)이나 쇄신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순실 관련 국정 농단 수사 초기 검찰이 소극적 수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팔짱 낀 채 조사받기'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도 검찰 내부에선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 한번 없었다. 어쩌다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맞선 검사가 있어도 따돌리거나 한직(閑職)으로 내쫓기 일쑤였다. 검찰 내부가 곪을 대로 곪은 것은 검찰 조직에 자정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일부 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내부 고발에서 비롯된 검사 성추행 수사와 강원랜드 채용 비리 재수사 등에서 부장검사 한 명이 구속됐고 감독 기관인 법무부 검찰국이나 현직 검사장들을 상대로 한 압수 수색이 진행됐다. 전엔 생각하기 힘들었던 일이다.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검사들도 조직의 보호를 받기 힘들게 됐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몸가짐이 달라질 것이다. 검사들이 내부 비리 관여자들에 대한 수사에서 가혹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엄정해지지 않으면 검찰 조직이 국민 신뢰를 되찾기는 까마득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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