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지자체 돈, 가난한 곳에 나눠주게 해야"

입력 2018.02.23 03:02

김부겸 행안부 장관, 지방분권 개헌 관련 인터뷰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 안 한다" 못 박아

대한민국 어디에 사는 사람이든 최소한의 행정·복지 누릴 권리
독일도 헌법에 州재정균형 명시
지난 9개월, 대통령 개인기 의존… 이젠 국민이 성적표 요구할 것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장관은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장관은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현종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부자 지방자치단체와 가난한 지자체가 재정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는 조항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이 이뤄지면 각 지자체가 재정을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자체 간 재정 격차가 더 커질 소지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재정 수입이 많은 지자체가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돈을 나눠주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지난 20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충남대에서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 학술대회에 참석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최소한의 행정·복지와 교육·문화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평당 6000만원짜리 집에 살면서 땀 흘려 얻은 이익도 아닌데 이를 나누려는 생각이 없다면 대한민국이란 공동체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했다.

강연이 끝난 뒤 김 장관을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헌 시 지방분권과 관련해 다뤄야 할 핵심 내용은 뭔가.

"지방자치 시행 20년이 넘었다. 자치사무 권한을 확대하고, 지자체의 재정 자립을 위한 '자주 재정권'을 헌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지자체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 50%가 넘는 돈이 걷히는데 재정 분권을 하면 더 많은 돈이 수도권으로 몰릴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간 연대의 원칙과 이에 기초한 '재정 조정' 제도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독일은 기본법(헌법) 106조에 '연방 및 주(州)의 재정수요 충당은 … 연방 영역에서 (주민) 생활수준의 균형이 보장되도록 상호 조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조항을 새 헌법에 넣으면 된다."

―청와대가 권력 구조는 안 건드리고 지방분권만 강조한다는 지적이 있다.

"만약 지금 청와대가 권력 구조 개헌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간다고 가정해보자. 대통령이 자기 권력 연장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린다고 비난하지 않겠나? 권력 구조 개헌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그걸 해달라는 거다. 그런데 워낙 야당이 예민해하니 정부로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거다."

―여권에선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헌법에 못 박자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 헌법에 수도 조항이 따로 없다. 없는 걸 새로 만들어 넣기는 쉽지 않다. 행정수도 부분은 개헌과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찰청을 관할하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어떻게 보나.

"대공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지켜보고 하는 역량은 국정원을 따라갈 수 없다. 대공 혐의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단계에 왔을 때 경찰이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수사권 이관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서 설계를 매우 꼼꼼하게 해야지 덜렁 언제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할 일은 아니다."

―대구시장 출마하나.

"안 한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밝혀둔다. 지금 평창올림픽이 열리고 있고, 지진·화재 등 각종 재난 대책과 6월 지방선거, 개헌 국민투표 모두 행안부가 주무다. 이런 일을 놔두고 인기가 좀 있다고 '내 정치'를 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9개월을 자평한다면.

"아직 평가는 이르다. 다만 나를 포함해 각 부처 장관들은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기가 모든 걸 커버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이 부처별 성적표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잘못한 점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고치는 '겸손한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는 문 대통령의 개인기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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