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주는 '밥'처럼… 그는 따뜻했다

입력 2018.02.23 03:02

[2018 평창]

빙속 대표팀 코치 '밥데용'
울먹이는 노선영 감싸안고 팀추월 금메달 놓치자 "너무 아쉽다" 모자 집어던져

지난 21일 평창올림픽 남자 팀추월 결승(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한국이 노르웨이에 1.20초 차로 패하자 한 사내가 분한 듯 허공에 발차기를 했다. 모자도 집어던졌다. 한국의 은메달에 그토록 큰 아쉬움을 표현한 이는 네덜란드 장거리 빙속의 전설 보프 더용(42)이었다. 현재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장거리 코치인 더용은 "금메달을 목표로 했는데 너무 아쉬워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말했다.

더용 하면 떠오르는 명장면이 있다. 2010 밴쿠버올림픽 때다. 당시 1만m에서 동메달을 따낸 더용은 은메달리스트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와 함께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 이승훈(30)을 어깨에 올려놓고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본 한국 팬들은 더용을 '밥데용' '박대용'이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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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장거리 코치인 보프 더용(왼쪽 사진 왼쪽)이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예선전에서 대표팀 김보름·박지우에 이어 뒤늦게 들어온 뒤 혼자 남아 울먹이는 노선영을 위로하는 모습. 더용 코치는 21일 열린 남자 팀추월 결승에서 한국이 노르웨이에 단 1.20초 차로 패하자 아쉬워하며 모자를 벗어 던지기도 했다. /연합뉴스·SBS
1998년 나가노부터 2014 소치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4개의 메달(금 1, 은 1, 동 2)을 목에 걸었던 더용은 2016년 현역에서 은퇴했고, 작년 5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코치직 제의를 받고 한국에 왔다. 더용이 한국 대표팀 코치가 되면서 한때 경쟁자였던 이승훈과는 '용띠 띠동갑 사제(師弟)' 사이가 됐다.

한국 코치가 된 더용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더용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팀추월 은메달리스트 정재원은 "더용 코치님에게 코너에서 속도를 높이고 직선 주로에서 미끄러지듯 활주하며 힘을 빼는 요령을 배웠다"고 말했다. 작년 여름 대표팀 제자들은 더용 코치에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밥데용'이라고 쓰인 오렌지색 티셔츠를 선물했다.

더용 코치는 이번 올림픽 들어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때마다 화제의 중심에 섰다. 팬들은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 누구보다 기뻐하는 더용에게 열광했다. 지난 13일엔 김민석이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자 더용 코치가 가장 먼저 달려가 껴안으며 환호했다. 더용은 팀추월 결승이 끝난 후엔 막내 정재원의 볼에 뽀뽀를 해주면서 격려했다. 이승훈과 김민석에게도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팬들은 선수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더용 코치에게 '대표팀 엄마'라는 별명을 붙였다.

지난 19일 여자 팀추월 예선에서 김보름·박지우에 이어 한참 뒤에 들어온 노선영에게 먼저 다가간 것도 더용 코치였다. 당시 김보름과 박지우는 경기가 끝나고 먼저 라커룸으로 떠나버렸고, 더용이 혼자 남아 울먹이던 노선영을 위로했다. 더용 코치는 21일 취재진과 만나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나는 항상 선수들이 단합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용 코치는 자신의 트위터에 남자 팀추월 대표팀의 시상식 사진을 올리며 '팀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은메달'이라고 적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만난 더용 코치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은 광화문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사진이었다. 더용 코치는 "한국 팬들이 날 많이 좋아한다니 기분 좋다"며 "한국 팬들의 성원을 받으며 평창올림픽에 참여한 것은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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