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은 각종 공구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포항시 시설 점검팀 관계자들이었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 이후 이재민 대피소로 쓰이고 있다. 21일 현재 401명이 머물고 있다. 당시 여진으로 천장을 받치는 철제 구조물 3곳이 휘어진 사실이 최근 새롭게 밝혀졌다. 건물 외벽 패널도 금이 갔다. 포항시는 체육관 천장에 달린 대형 스피커 2개를 철거하는 등 긴급 보수에 들어갔다. 이날 현장에서 공사 작업을 지켜보던 이재민 김모(61)씨는 "제일 안전한 곳으로 믿었던 대피소마저 이 지경이니 어딜 간들 편안하게 다리를 뻗을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11월 지진 이후 97차례의 여진이 경북 포항을 흔들었다. 주민들은 언제 다시 여진이 올지 몰라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 모인 이재민들이 포항시 관계자의 상황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23일로 '포항 지진' 발생 100일을 맞는다. 석 달간 여진은 97회나 이어졌다. 온 국민의 관심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쏠린 사이에도 포항 시민들은 언제 지진이 다시 올지 몰라 불안에 떤다. 최대 규모의 여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새벽에는 차량 수백 대가 고속도로를 타고 포항을 떠났다. 지진이 발생한 무렵인 오전 5~6시 사이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톨게이트를 빠져나간 차가 547대에 이른다고 한국도로공사는 밝혔다. 한 주 전 같은 시간대에 비해 7배나 많았다. 20일 포항 시내에서 만난 60대 택시 운전사 류모씨는 "전문가들이 더 큰 지진이 온다고 했다는데 계속 포항에 살아도 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으로 두 지역 사이에 에너지가 쌓여 있는 상태라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여진 공포에 진앙인 북구 흥해읍 주민 수백명이 마을을 빠져나갔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흥해읍 인구는 3만4181명이었으나 21일 현재 3만3523명으로 658명 줄었다. 같은 기간 포항시 전체 인구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진앙과 가까운 지역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흥해읍 주민들의 불안은 일상이 됐다. 여진 규모는 대부분 2 안팎이다. 일반 사람은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진앙 인근 주민은 규모 2만 돼도 진동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흥해읍 주민 김미영(36)씨는 지난 11일 여진을 겪은 후 대형차가 지나가는 진동이나 휴대폰 진동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김씨의 집은 진앙에서 불과 1㎞ 정도 떨어져 있다. 김씨는 "혹시 지진이 날까 봐 화장실 가서도 문을 열어둔다"며 "남편과 상의해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고 한다.

일부 주민은 당분간이라도 피해 있으려고 친·인척이 있는 타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다. 흥해읍에 사는 주부 송모(47)씨는 "지진보다 지진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공포가 더 무섭다"면서 "당분간 친정인 밀양에서 지내다 올 계획"이라고 했다.

지진 트라우마로 포항시의료원 등에서 심리 상담을 받은 시민은 1만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직접 지원으로 정부 의존도를 높이기보다는 시민들이 자력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복구 기술이 부족할 경우 매뉴얼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