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이 13일 "한·미 FTA로 한국에만 일자리가 생겼고 미국은 손해만 봤다"며 "몹시 몹시 나쁜 협정이고 재앙"이라고 했다. "한국 TV에 (보복관세인) 호혜세를 부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노동자를 위한 공정 무역'을 주제로 얘기하면서 중국이 25차례, 한국이 21차례 언급됐다. 반면 일본은 네 차례, 독일은 한 차례만 거론됐다. 그는 전날에도 한·중·일 무역 흑자를 거론하며 "이들은 우리를 25년간 살해해(murder) 왔다"고 했다. 실제 한국에 대해 기계 부품에 최대 45% 관세를 부과하는 덤핑 예비 판정을, 세탁기 등에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철강 제품에는 60%대 보복관세를 물렸다. TV에 대한 보복관세도 예고했다. 반도체·자동차 등에 대한 제재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작년에 3752억달러 대미 무역 흑자다. 우리 흑자 229억달러의 16배가 넘는다.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이고 한국은 동맹국이다. 일본과 독일의 대미 흑자는 우리 3배다. 대미 무역 흑자는 우리가 10위에 불과하다. 그런 한국이 대체 왜 트럼프에게 중국과 같은 급으로 '미국 노동자를 위협하는 국가'로 지목당해야 하나. 더구나 중국은 흑자 규모가 트럼프 취임 뒤 8% 증가했고, 일본은 비슷했다. 반면 우리는 17%나 줄었다. 이쯤 되면 트럼프 입에서 "내가 취임한 뒤 한국은 무역 흑자를 줄이고 있는데, 중국과 일본은 뭘 하느냐"는 말이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정반대다.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지금 북한은 한·미 이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 양국 정부만이 아니라 국민끼리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 한 몸같이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과도 다르고 형평에도 맞지 않는 한국 압박은 그만두기 바란다. 트럼프의 일방적 행태도 문제지만 손 놓고 있는 정부도 큰일이다. "트럼프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만 하지 실제로 되는 일은 없다. 중국은 치밀한 전략으로 트럼프에게 맞불을 놓고, 일본은 정상 간 유대 강화 외교술로 소나기를 피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