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 본사가 지난 2002년 한국GM을 인수한 이후 약 1조원을 투자했지만 회수해간 금액은 3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경영난을 이유로 군산 공장을 폐쇄하고 한국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GM 본사가 이미 투자비를 다 회수하고 2조원 이상 이익까지 보았다는 얘기다. 미국 본사가 한국 자회사에서 받아간 대출금 이자가 연 5%대에 달하는 고금리이고 2010년 전까지는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떼어갔다. 한국GM에 대한 부품 공급가를 높게 책정하고 한국GM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완성차는 저렴하게 공급받는 방식으로 차액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논란이 있지만 한국GM의 지분 17%를 갖고 있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주주로서 당연히 해야 할 감시 견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GM이 주주권 행사에 비협조적이고 경영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고 해명한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GM의 불투명한 태도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갖고 대처했어야 했다.
한국GM의 매출액 대비 원가율은 2015년엔 97%까지 치솟았다. 100원어치를 팔면 97원이 원가로 나간다는 뜻이다. 이런 기형적 구조로 살아남을 기업은 없다. 기본적으로는 한국GM의 고임금·고비용 구조 때문이겠지만 본사가 지나치게 많은 몫을 챙겨 가는 바람에 원가가 높아진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GM 본사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데도 GM은 회생 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먼저 지원 약속부터 하라고 한다. 벼랑 끝 전술이다. 한국GM이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을 정부에 통보한 것은 언론 발표 직전이었다. 사전 협의도 없었다. 협력업체 등을 포함해 30만 명 일자리를 볼모로 잡고 있으니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GM이 만성 적자에 빠진 지 4년도 넘었지만 정부는 대책 없이 그냥 손 놓고 있다가 이 지경을 당했다. 외국계 민간 기업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약한 것은 사실이나 이렇게까지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었다. 한진해운도, 대우조선도 정부가 곪을 대로 곪을 때까지 방치하다 최악의 사태를 자초했다. GM의 '먹튀' 식 전략과 악성 노조를 그대로 두고 국민 세금을 퍼붓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GM은 글로벌 생산 물량을 한국에 추가 투입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해야 하고 경영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노조의 고통 분담은 당연한 전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