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무역 공세…FTA 3차 개정 협상 난항 예상

입력 2018.02.14 15:35 | 수정 2018.02.14 17: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상대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한국산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효한 데 이어, 이달 12일(현지 시각) 한국에 보복관세 성격의 ‘호혜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에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재앙”이라며 재협상 중인 한국을 강하게 몰아붙일 것을 시사했다. 오는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트럼프가 무역 보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2월 1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한국은 무역에 관해서는 동맹국이 아니다”라며 ‘호혜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블룸버그
◇ 3월 초 한·미 FTA 3차 개정 협상 난항 우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공정 무역 회의에서 “한·미 FTA를 공정하게 재협상하거나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다음달 초 열리는 제3차 한·미 FTA 재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GM이 13일 한국 내 4개 공장 중 군산 공장을 오는 5월 말까지 폐쇄한다고 밝혀, 한국 측은 추가 협상에서 더 궁지에 몰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GM의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을 한·미 FTA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세이프가드는 3월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애로사항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달 1일 한·미 FTA 2차 개정 협상을 마친 뒤 협상에서 수세에 몰렸다는 지적에 “우리는 그런 식으로 협상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개정 협상에서 한국 측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를 주요 의제로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특히 세탁기와 태양광에 부과한 세이프가드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지적했다”고 했다.

◇ 트럼프, 무역 적자에 ‘호혜세’ 도입 방침

트럼프 대통령은 12일에는 “한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만 봤다”며 무역 적자를 손보기 위해 호혜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호혜세가 도입되면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미국도 한국산 수입품에 같은 수준의 세금을 매길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수출품에는 면세 혜택을 주는 ‘국경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이 지난해 7월 폐기되면서, 그는 국경세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세제 도입을 시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10~20%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만, 호혜세 도입엔 누구도 화를 낼 수 없을 것”이라며 국경세를 대체하기 위해 호혜세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어 5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도 “특정 국가가 우리에게 52%의 세금을 매기는데 우리는 같은 제품에 아무런 세금도 매기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된다”며 “호혜세를 강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호혜세 실제 도입 가능성 낮아…‘정치적 메시지’ 해석도

하지만 실제로 호혜세가 도입될 가능성은 낮다. 뉴욕타임스는 “수만개 상품의 관세를 국가별로 달리하고, 이를 법률로 정해야 하는 호혜세는 입법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별로 세금 체계가 다르고, 환경 규제, 전기요금 등까지 고려해 각국이 동의할 수 있는 세율을 정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WTO 체제에서 특정 국가가 호혜세를 부과한 사례는 없다.

한국GM의 군산 공장. 한국GM은 2018년 2월 13일 한국 내 4개 공장 중 군산 공장을 오는 5월 폐쇄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DB
호혜세라는 용어 자체도 통상 분야에서 잘 쓰이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발언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다른 국가들보다 낮은 미국의 관세 부과 구조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3.5%인 반면, 중국의 평균 관세율은 9.9%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 때문에 호혜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막상 지난해 무역적자가 9년 만에 최대치(5660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오자 정치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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