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취재를 하다 보면 한국 선수들이 선전할 때 덩달아 흥이 난다. 쇼트트랙이 열리는 마지막 날, 금메달 3개가 걸려있던 날이었다. 일찍 경기장에 나와 취재와 마감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경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초반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남자 500m 경기에서 서이라와 임효준이 넘어지더니, 여자 1,000m에서는 믿었던 심석희와 최민정이 부딪히며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자 계주에서 임효준 마저 넘어지며 아쉽게 모든 경기가 끝이 났다. 한국 선수들이 넘어지고 쓰러지는 동안 경기장에는 관중들의 탄식이 흘렀다. 선수들의 메달 획득 소식을 전하려 준비하고 있었는데,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마감하려니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선수들은 박수를 보내준 관중들에게 짧은 인사를 마친 뒤 어두운 표정으로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이 넘어져 메달 획득에 실패한 남자 계주에서는 헝가리가 깜짝 우승을 했다.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헝가리의 모든 쇼트트랙 선수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경기장에 남아 관중들에게 일일이 인사했다. 경기장에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마친 후에야 경기장을 나섰다.

이번 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은 매 경기마다 표가 매진될 정도로 사랑받은 종목이다. 쇼트트랙이 끝나는 날, 경기를 마친 후 모든 한국 선수들이 나와 경기장을 찾아준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마무리하는 게 어땠을까. 흥이 나지 않아서인지,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척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