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청탁' 놓고… 이재용 2심은 무죄, 신동빈은 유죄

    입력 : 2018.02.14 03:04

    [최순실 1심 판결]

    롯데 면세점 특허 재취득 관련… 재판부, 명확한 사안으로 인정
    뇌물죄 판단, 오락가락 달라져… 결국 대법 판결로 정리 불가피

    이번 사건 1심 선고에서 일반적인 예상을 깬 부분은 재판부가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롯데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신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제3자 뇌물죄'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하고 최순실씨가 지배하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씨가 주도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후원금 16억원을 뇌물로 본 검찰 기소 내용과 구조가 비슷하다. 이 부회장의 경우 이 부분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는데, 신 회장에겐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결과를 가른 것은 '묵시적 청탁' 인정 여부였다. 뇌물 공여자가 공무원이 아니라 제3자에게 뇌물을 건네는 형태인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다. 이 부회장 항소심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 회장에 대해 재판부는 "호텔롯데 상장을 앞둔 신 회장으로선 국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청와대와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3월 신 회장과 독대(獨對)하면서 70억원 지원을 먼저 요구했지만, 롯데도 이 돈이 면세점 특허와 대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 회장에게 면세점 얘기를 듣고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도 이를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두 사건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데는 청탁 대상 현안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의 경우 특검이 주장하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 작업'이란 청탁 대상은 막연하고 추상적이지만, 롯데의 '면세점 특허 재취득'은 비교적 명확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묵시적 청탁은 앞서 이재용 부회장 1심 재판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1심은 이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신동빈 회장 1심 재판에서 또 이를 인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구체적 청탁이 없는데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마음속 청탁'을 주고받았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청탁 현안이 구체적인지, 포괄적인지에 대한 재판부들의 판단도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뇌물죄 판단은 결국 대법원 확정 판결로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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