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은 민원, 박 前대통령이 실행… 공모혐의 11개 모두 유죄

조선일보
  • 신수지 기자
    입력 2018.02.14 03:04

    [최순실 1심 판결]
    崔 1심은 예고편… 박근혜 前대통령도 중형 피하기 어려울 듯

    특검 주장 '삼성 뇌물' 433억 중 승마지원 72억9000만원만 인정
    재단출연·영재센터는 무죄로 봐
    특검이 청탁의 대상으로 내세운 '경영권 승계 작업'도 없다고 판단

    13일 오후 2시 1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최순실씨 1심 선고 공판은 2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가 최씨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려 하자 최씨 변호인이 갑자기 휴정(休廷)을 요청했다. "최씨가 신체적 고통을 호소한다"고 했다. 6분간 쉬고 돌아온 최씨에겐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최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법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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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역 20년형 선고, 법원 빠져나가는 최순실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오른쪽)씨가 13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뒤 허탈한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최씨는 지금까지 재판받은 국정농단 관련자 중 가장 무거운 형을 받았다. /성형주 기자
    이날 최씨는 18개 혐의 가운데 16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중 11개 혐의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돼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로 모금한 혐의, 삼성에서 433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롯데·SK에서 159억원을 뇌물로 받거나 요구한 혐의, 현대차에 광고 발주나 특정 기업 납품을 강요한 혐의 등이다. 최씨에 대한 1심 판결이 사실상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의 '예고편'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재판부는 11개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민원을 전달하고,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해 최씨의 요구 사항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직접 독대하거나 안종범 전 수석을 앞세워 기업들을 압박한 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경제적 공동체' 인정 여부에 대해선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이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는지와 무관하게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역할을 나눠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공범이라는 것이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삼성으로부터의 뇌물 수수 혐의는 특검이 제시한 뇌물액 433억원 가운데 승마 지원금 72억9000여만원만 인정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 같이 '부정한 청탁'이 없었기 때문에 무죄라고 판단했다. 특검이 청탁의 대상으로 내세운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최씨 재판부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승마 지원금 72억여원은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최씨에게 직접 송금한 36억여원과 함께 말 세 마리의 구입 대금과 보험금 등 부대 비용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말의 소유권이 최씨가 아니라 삼성에 있었기 때문에 말 구입 대금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최씨 재판부는 "소유자 명의가 누구든 최씨에게 실질적으로 사용 및 처분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뇌물을 받은 것과 같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 항소심에 비해 인정된 뇌물 액수가 두 배나 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씨에게 1심 선고를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박 전 대통령 재판도 맡고 있다. 당초 두 사람은 함께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작년 10월 재판부의 1심 구속 기간 연장에 반발해 재판을 거부하고 변호인단이 사퇴하면서 두 사람은 따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 국선변호인이 새롭게 선임되고 기록 검토를 위해 한 달 넘게 재판을 열지 않으면서 선고 시기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최씨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기소돼 있다. 또 최씨에게 적용되지 않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혐의나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최씨 형량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이르면 다음 달쯤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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