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차이로 銀인줄 알았는데… 전광판엔 "실격"

입력 2018.02.14 03:11

[2018 평창]
최민정의 여자 쇼트트랙 500m 금메달 도전 안타깝게 무산

3위로 달리다가 추월 시도… 상대 선수에 손 짚었다가 실격
崔 "열심히 했기에 후회 없다"
1500m·3000m 계주·1000m 아직 3번의 금메달 기회 있어

경기를 마친 뒤 아쉬워하는 최민정.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500m 올림픽 금메달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뒤 아쉬워하는 최민정.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500m 올림픽 금메달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로 끝났다. /연합뉴스

최민정(20)은 13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와 접전 끝에 2위로 골인했다. 둘의 거리 차이는 22㎝였다. 금메달은 놓쳤지만 최민정은 챔피언 폰타나와 포옹하고 관중들에게도 손을 흔들어 감사를 표했다. 관중들도 첫 올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 최민정에게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곧 관중석은 침묵에 빠졌다. 비디오 판독 끝에 전광판에 최민정이 실격패했다는 사실이 표시됐기 때문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김선태 감독은 "최민정이 킴 부탱(캐나다)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무릎을 건드려서 임피딩 반칙을 줬다는 통보를 공식적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3위로 달리다 2위였던 킴 부탱을 추월했고, 이 과정의 동작을 심판진들이 문제 삼은 것이다. 결국 은메달은 3위로 골인한 야라 판 케르크호프(네덜란드)에게, 동메달은 4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킴 부탱에게 돌아갔다.

이날 경기를 하루 앞둔 12일 오후 6시, 심판진은 각국 지도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팀 리더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추월할 때 손을 쓰면 엄격하게 페널티를 적용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최민정에게 이 규정이 적용된 것이다. 올림픽 때마다 벌어지는 판정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판진이 사전에 강화된 규정 적용을 공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화된 규정이 적용되면서 이례적으로 많은 선수가 실격했다. 중국은 4명이 실격했다. 판커신(25)은 최민정 등과 함께 나선 여자 5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자리다툼을 벌이다 손을 뻗어 실격 처리됐다. 뒤이어 열린 준결승 2조 경기에서는 취춘위(22)가 킴 부탱과 접촉 과정에서 넘어진 뒤 실격 처리됐다. 렌지웨이(21)는 남자 1000m 예선 4조에 출전해 2위로 골인했지만 경기 막판 티보 포콩느(프랑스)의 어깨를 손으로 밀쳐내는 장면이 비디오에 포착돼 탈락했다. 예선 6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톈위(22)는 선두로 달리던 한국 서이라(26)의 안쪽으로 파고들며 손을 써 실격했다. 세 번째로 들어온 서이라가 조 2위로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최민정(가운데)이 13일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 도중 아리안나 폰타나(왼쪽), 캐나다의 킴 부탱(오른쪽)과 코너를 돌고 있다. 최민정은 두 번째로 골인했으나 부탱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상대 무릎을 건드렸다(빨간 점선 부분)는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최민정(가운데)이 13일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 도중 아리안나 폰타나(왼쪽), 캐나다의 킴 부탱(오른쪽)과 코너를 돌고 있다. 최민정은 두 번째로 골인했으나 부탱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상대 무릎을 건드렸다(빨간 점선 부분)는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최민정은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그토록 꿈꿔왔던 500m 정복에 실패하고 4관왕의 꿈도 날아갔기 때문이다. 최민정은 "그동안 힘들게 노력했던 것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 같은데…"라며 눈가를 닦았다. 최민정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만족합니다.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는데 보답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판정에 대한 불만도 제기하지 않았다. 최민정은 "심판들이 내가 실격 사유가 있다고 봐서 판정을 내린 것 같다"며 "내가 잘했다면 (상대 선수와) 부딪힘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며 엷은 미소를 보였다. 그는 "(오늘 결과가 남은 경기에)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 같다"며 "더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최민정에게는 도전할 수 있는 금메달이 3개 남았다. 오는 17일 여자 1500m 결승이, 20일에는 여자 3000m 계주 결승이 열린다. 22일에는 1000m 결승이 벌어진다. 최민정은 전 종목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1000m와 1500m에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임피딩(Impeding)이란

임피딩은 사전적으로 ‘방해’란 의미다. 쇼트트랙에선 상대 선수의 추월을 방해하기 위해 고의로 밀거나 가로막는 반칙을 뜻한다. 국제빙상연맹 규정에 따르면 임피딩 반칙을 저지를 경우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된다. 신체 접촉의 고의성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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