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억 들인 정부 입시포털 '어디가', 필요한 정보가 없다

    입력 : 2018.02.14 03:04

    어느 대학 어느 과 지원 가능한지 구체정보 제공 안해 있으나 마나
    학부모·수험생 사설업체 더 선호

    2018학년도 대입 시험을 본 고3 수험생 정모(18·경기도)군은 지난 12월 대입 정시 원서를 제출하기 전 가장 먼저 대입정보 포털사이트 '어디가'에 접속했다. 이 사이트에선 "올해 나의 수능 성적과 대학별 전년도 합격자 점수를 비교해 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자기 수능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 가능한지 여부가 궁금했던 정군은 이 사이트 안내대로 수능 성적을 입력했다.

    그러나 컴퓨터 모니터엔 '영어 절대평가로 인해 2017학년도 내 점수(환산점수)는 부득이하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안내글이 떴다. 올해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어 상대평가로 진행됐던 전년도 입시 결과와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정군은 "성적 입력 시간만 낭비했다"고 했다.

    학생들 "시간만 허비했다" 분통

    '어디가'는 수험생·학부모들이 사설 입시업체의 입시 정보를 돈을 주고 사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2016년 3월 구축해 무료 운영하는 사이트다. 이 시스템 구축에만 58억원이 들었고 운영비로 매년 14억원 정도가 든다. 교육부는 이 사이트를 구축할 당시 "각 대학의 입시 전형과 합격생 성적 등 정보를 모아 수험생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어디가' 서비스를 이용한 학생·학부모들은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생들은 대입 정보 사이트에서 '내 점수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선 올해 내 수능 성적을 대학별 '환산 점수'로 변환해 지난해 해당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환산점수 커트라인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디가'는 전년도 합격 학생들의 환산 점수를 공개하긴 하지만 대학별로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연세대·서강대·한양대 등은 합격생의 상위 80%의 커트라인을 공개하는 반면 성균관대·건국대는 상위 70% 커트라인을, 중앙대·한국외대 등은 합격생의 평균 점수를 공개한다. 또 학생들이 궁금한 것은 '커트라인 점수'인데, 많은 대학이 '평균 점수'를 공개한다. 아예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대학들도 있다. 한 입시 전문가는 "합격생들의 평균 점수로는 수험생들이 합격 가능 여부를 파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면서 "대학들이 '합격생 커트라인'이나 '합격생 상위 80% 커트라인'으로 통일해 자료를 제공해도 수험생들이 합격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올해 '어디가'는 수능 영어 과목이 절대 평가로 변경됐다는 이유로 수험생들의 수능 성적을 전년도 환산 점수로 계산하는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았다. 반면 합격 예측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설 업체의 경우 전년도 수험생 성적에서 영어 외 다른 과목들로만 환산 점수를 내고, 올해 수험생들 환산 점수와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사들도 "'어디가' 사용 안 한다"

    '어디가' 서비스는 학교 현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일선 학교 진학교사들이 "'어디가'보다 더 정확한 입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직 교사들이 진학 상담에 활용하고 있는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시 지원 분석 결과' 자료를 보면, 각 대학 전형의 합격자·불합격자의 점수를 바탕으로 '평균' '최고점' '최저점' 등이 모두 기록돼 있다. 어느 정도 점수면 합격이 가능한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조효완 광운대 입학전형담당 교수는 "입시자료는 간편하면서도 정확해야 하는데 그런 기능을 하지 못하면 결국 예산 낭비에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인 만큼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합격 가능성'과 같이 변수가 큰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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