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통령과도 북한 인권 얘기하고 싶다"

    입력 : 2018.02.14 03:04 | 수정 : 2018.02.14 11:34

    탈북 인권운동가 지성호씨, 북한인권단체 '나우' 운영
    美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서 "희망의 상징"이라 소개

    탈북 인권운동가 지성호(36)씨는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 외교·안보 라인에서 '조건 없는 대북 대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에 '아임 쏘리(미안하다)' 하지 않는 한 절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핵·미사일을 폐기하고 그간의 인권 탄압에 대해 반성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의회 국정연설 때 지씨의 탈북 사연을 소개하며 "희망의 상징"이라고 했고, 지씨는 목발을 머리 위로 치켜들어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인권 탄압과 억압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도 초청을 받아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성호씨는 13일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는 대북 제재로 민심이 흉흉하다 보니 정상 국가인 양 가장해 제재를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지성호씨는 13일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는 대북 제재로 민심이 흉흉하다 보니 정상 국가인 양 가장해 제재를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조인원 기자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지씨는 "청와대는 한 번도 못 가봤지만 백악관은 세 번이나 가서 잘 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때 나를 가장 먼저 호명해주고 첫 줄에 자리를 마련해줬다. 따뜻함과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했다. 지씨는 백악관 핵심 관계자 보좌진들과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지씨는 지난 2010년 동료 탈북자들과 함께 설립한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Now Action & Unity for Human Rights)'를 운영하고 있다. 대북(對北) 라디오 방송, 탈북 난민 구출 등 북한 인권 실상을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나우는 매년 미 민주주의기금에서 7500만원 정도 지원을 받지만, 한국 정부의 보조금은 없다. 그는 "기회가 되면 청와대에 가서 우리 대통령과도 북한 인권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지씨는 최근 한국을 찾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가리켜 "교만하게 턱을 높이 쳐들고 다닐 처지냐"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 불바다'를 거론했다면 적어도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북한이 제안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 민심이 흉흉하다 보니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정상국가인 양 가장해 제재를 피해가려는 꼼수"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코스프레(분장)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며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북한 어린이)가 미관상 좋지 않다며 수용소에 가두는 나라"라고 했다.

    김정은은 2011년 말 취임하며 "5년 안에 먹고살 걱정은 하지 않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아진 게 없고, 북한 주민들 반발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지씨는 꽃제비였다. 그는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쳐 팔다가 14세 때 기차에 치여 왼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이후 남동생과 함께 목발을 짚고 탈북해 중국, 라오스, 미얀마 등을 거치는 1만㎞의 여정 끝에 2006년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우리 정부가 3만 탈북자를 대신해 북한의 사과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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