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평창 나무 끌어안고 氣받아 金땄다

조선일보
  • 최종석 기자
    입력 2018.02.14 03:04

    [2018 평창]

    女 슬로프스타일 2연패 앤더슨, 숙소에 '작은사원' 차려 요가·명상
    "정신집중·몸 균형 잡는데 도움… 나는 평화적인 전사입니다"

    제이미 앤더슨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종목에서 우승한 제이미 앤더슨(28·미국·사진)이 매서운 강풍에도 금메달을 딴 비결은 '명상(瞑想)'이었다. 발랄한 10대 선수가 대다수인 스노보드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의식을 치르며 강인한 정신력을 기른 것이다.

    앤더슨은 경기가 열리면 숙소에 '작은 사원'을 차린다고 한다. 향초를 피우고 매트 위에서 요가와 명상을 한다. 경기 전에는 터키석 등으로 만든 염주도 손목에 찬다. 그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물건이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앤더슨은 크리스털 조각과 나무껍질, 하와이의 사원에서 받아온 씨앗도 준비해왔다. 앤더슨은 "명상이 정신을 집중하고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며 "난 평화로운 전사(peaceful warrior)"라고 말한다.

    그의 특별한 의식을 보고 남자 친구인 타일러 니콜슨(23·캐나다)도 놀랐다고 한다. 니콜슨은 "처음 사귈 때는 앤더슨이 심령술사(치유자)인 줄 알았다"고 했다. 다섯 살 연하인 니콜슨은 캐나다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출전해 지난 11일 남자 슬로프스타일 경기에서 7위에 올랐다.

    평창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금메달리스트인 제이미 앤더슨이 경기를 앞두고 명상하는 모습. 그는 이런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자주 올린다.
    평창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금메달리스트인 제이미 앤더슨이 경기를 앞두고 명상하는 모습. 그는 이런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자주 올린다. /제이미 앤더슨 인스타그램
    앤더슨은 평소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와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가"라고 말하는 '자연주의자'다. 그는 평창에 오기 한 달 전 고향인 캘리포니아 타호에 들러 자작나무 숲을 걸었다. 그 사진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는 '나를 둘러싼 에너지를 모으면 무한한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다음 달은 굉장할 것이다'고 썼다.

    그는 경기 때마다 나무를 끌어안아 '자연의 기(氣)'를 받는다. 올림픽 경기가 열린 지난 12일 초속 4~5m 칼바람이 불면서 1차 레이스에서 25명 중 20명이 넘어질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지만, 앤더슨은 최고의 결과를 냈다. 그는 강풍 속에서도 편안한 얼굴로 미끄러지듯 보드를 탔고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여자 스노보드 사상 올림픽 2연패는 처음이다.

    동료들이 앤더슨에게 붙여준 별명은 '마운틴 고트(mountain goat·산양)'. 고트(GOAT)는 '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선수)'의 줄임말로 앤더슨이 산동네 출신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8남매 중 다섯째인 앤더슨은 어릴 때부터 산을 교실 삼아 자랐다. 스노보드를 처음 탄 것은 아홉 살 때였다. 재능이 뛰어나 남자 선수들과 겨뤄도 이겼다고 한다. 열다섯 살이던 2005년 X게임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렸다. 이 대회 역대 최연소 메달리스트 기록이었다.

    앤더슨이 요가와 명상을 시작한 것은 2009년 연습 도중 넘어져 비장(脾臟)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이후부터였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스트레스도 명상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어린 친구들이 온갖 고난도 기술을 새로 선보이는데 내가 따라갈 수 있을지 정말 두려웠어요."

    앤더슨은 평창에 와서도 '좋은 생각만 하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오는 23일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에도 출전해 평창 다관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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