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코스를 훔쳐라, 모두 윤성빈만 본다

입력 2018.02.14 03:03

[2018 평창]
한국 썰매황제 뜬 날… 각국 선수 몰려 주행코스 염탐 작전

윤성빈, 안방 무대 최대한 활용
월드컵 빠지며 380번 미리 달려 누구보다 코스 특징 잘 알아
내일 경기 앞두고 첫 공개 연습, 스타트 때 힘 빼고도 30명 중 2위
경쟁자들은 녹화하며 작전 분석

13일 오후 3시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카메라와 태블릿PC를 손에 든 외국인들이 하나둘씩 9~10번 커브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세계 각국 스켈레톤 주행 분석 코치들이다. 국적으론 12개국, 총 16명이었다. 이날 한국 대표 윤성빈(24)이 공식 주행 훈련에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주행을 촬영하기 위해 썰매장을 찾은 것이다. 9~10번 커브는 평창 트랙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구간이다. 한국팀 주행 코치인 찰스 윌러저크는 "(윤성빈이 불참했던) 전날 훈련 때보다 2배 이상 사람이 더 많다"며 "100% 윤성빈을 보러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윤성빈은 이날 30명 중 20번째 순서로 달렸다. 초반부 메달과 거리가 먼 선수들이 주행할 때는 서로 수다 떨기에 바빴던 외국 코치들은 '윤성빈이 달린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입을 닫았다. 칼바람 소리만 들리며 긴장감이 감돌 때쯤 윤성빈이 트랙을 달려 내려왔고, 코치들은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카메라를 휙 따라가며 윤성빈의 질주를 훑었다. 9~10번 커브뿐 아니라, 2·4·12번 등 다른 주요 커브 앞에도 외국 코치들이 2~3명씩 모여 카메라 촬영을 했다. 썰매 트랙 관계자는 "이날 슬라이딩센터에 모인 외국 코치만 40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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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이 13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스켈레톤 연습 주행 스타트를 하고 있다. 외국 대표팀 코치들은 그의 동작을 분석하기 위해 트랙 여러 구간에서 촬영을 했다. 윤성빈은 ‘전력 노출’을 피하려고 14일 연습 주행은 건너뛰기로 했다. /연합뉴스

평창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종목은 오는 15일 남자 1·2차 주행으로 막을 올린다. 이에 앞서 12~14일 사흘간 여섯 차례에 걸쳐 공식 주행 훈련이 진행된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반드시 두 번 이상 주행 훈련을 해야 한다. 윤성빈은 13일만 두 차례 뛰고, 12·14일 훈련을 건너뛰기로 했다.

여기엔 전략이 숨어 있다. 윤성빈은 이미 지난 겨울 내내 평창에서 380회에 걸쳐 트랙 주행 훈련을 했고, 얼음 구석구석을 몸으로 외운 상태다. 그렇다면 굳이 공개된 훈련에서 다른 나라에 '베스트 주행 라인'을 가르쳐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외국인 코치들 입장에선 윤성빈의 주행 노하우를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그의 라인을 촬영할 수 있는 단 하루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날 전부 썰매장으로 모인 것이다. 일본·뉴질랜드·스페인 등 메달과 거리가 있는 국가는 물론, 라트비아·독일 등 한국의 직접적인 메달 경쟁국도 있었다. 얼음 트랙 위 '윤성빈 첩보전'이 열린 셈이다.

한국 썰매 대표팀은 최근 윤성빈 숨기기에 집중해왔다. 지난 9일 개회식까지 불참하면서 진천선수촌에서 체력 훈련에 매진했고, 11일 평창에 도착한 뒤에도 선수촌에 입촌하지 않고 별도의 콘도에서 머물며 외부 접촉을 최대한 차단했다. 이날 훈련에서 윤성빈이 일부러 틀린 라인을 보여줘 혼선을 주는 방안도 생각했다고 한다.

일단 이날 윤성빈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두 차례 스타트에서 각각 20위, 23위를 했다. 원래 윤성빈의 스타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주행 감각 훈련은 제대로 했다. 트랙에서 속도를 끌어올리며 최종 순위는 두 번 다 2위를 했다. 윤성빈은 훈련 뒤 "원하는 느낌을 찾으려고 연습하러 왔다"며 "굳이 내일(14일)은 연습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훈련으로 한국팀 필승 주행 라인이 노출됐을까.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일부러 못하진 않았다. 다만 윤성빈이 탄 라인은 베스트가 아니며, 실수도 나왔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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