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창때 '배고파' 트윗… 金 딴 뒤엔 "피자 당겨요"

    입력 : 2018.02.14 03:05

    [2018 평창]

    18세 명랑소녀 클로이 김, 스노보드 98.25점 압도적 金
    "긴장될땐 추러스 먹어보세요" 대회 중 수시로 인스타·트위터
    결승 1차전때 일찌감치 金 확정

    '부모의 나라' 시상대서 눈물 "한국·미국 모두 대표해 영광"

    '아침에 샌드위치 다 먹을 걸 그랬다. 괜히 고집 부렸다.'

    10대 청소년이 띄운 트위터 글 하나가 13일 오전 평창올림픽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스노보드 '천재 소녀'로 통하는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18)이 쓴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글을 올린 시점은 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 2차 런을 마친 뒤였다. 마지막 3차 시기를 앞둔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클로이는 '배고파서 화가 난다'는 뜻의 영어 신조어 '행그리(hangry·hungry+angry)'도 트위터에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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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아빠의 나라에서 金 땄어요 -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김(가운데)이 13일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어머니 윤보란(왼쪽)씨, 아버지 김종진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클로이는 이날 결승에서 90점(100점 만점)을 넘긴 유일한 선수였다. 2위인 류자위(중국·89.75)와 점수 차이는 8.5점이었다. /연합뉴스
    철부지처럼 투정을 부리는 듯했던 클로이는 13일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98.25점을 받아 89.75점을 기록한 2위 류자위(26·중국)를 9점 가까이 제치고 우승했다. 여자 스노보드 종목을 통틀어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원통을 반으로 자른 모양의 슬로프 좌우를 타고 내려오며 수차례 점프해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올림픽 결승에선 3차 시기까지의 기록 중 최고점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클로이는 1차 시기에서 이미 93.75점을 기록하며 12명 중 선두로 나섰다.

    클로이는 다른 선수들이 3차 시기까지 역전하지 못해 1위를 확정한 상태에서 3차 시기를 치렀다. 현역 여자 선수 중 자신만이 유일하게 구사하는 특기 '백투백 1080(2연속 3회전)'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5살때 산 속에서 스노보드 클로이 김이 다섯 살 때 스노보드를 타고 있는 모습. 클로이는 네 살 때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5살때 산 속에서 스노보드 - 클로이 김이 다섯 살 때 스노보드를 타고 있는 모습. 클로이는 네 살 때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지난 2016년 클로이는 US그랑프리에서 이 기술로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첫 100점 만점을 기록한 적이 있는데, 이날은 약간 감점을 당했다. 대한스키협회 박영남 스노보드 위원장(해설위원)은 "심판들이 백투백 1080 기술 두 번째 점프에서 착지가 다소 불안했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이라서 평가 기준이 조금 더 엄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클로이는 지난 4일 한국에 입국한 이후 수시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글과 사진을 올렸다. 예선 전날인 지난 11일엔 트위터로 '나 엄청 긴장돼!!'라고 썼다가 잠시 뒤 '추러스(스페인 전통 과자) 두 개 먹었다. 긴장될 땐 추러스 먹어보세요'라고 했다. 같은 날 인스타그램 동영상 기능을 통해선 '내가 추러스를 한 개 더 먹을까요 말까요' 같은 문구를 팬들에게 남기기도 했다.

    12일 하프파이프 예선전 중간과 끝난 후에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얘길 먼저 했다. 클로이는 "원래 평소에도 머리를 식히려고 스마트폰을 많이 본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로이 김의 우승 기사 제목을 "날아 올랐고, 회전했으며, 트윗했다"고 뽑았다.

    클로이 김은 위대한 기록을 쓰고도 '여유 만만'이었다. 기자회견에선 "배가 무척 고프다.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하와이안 피자를 먹고 싶다"고 웃었다. 하지만 '쿨 걸(cool girl)'도 시상대 위에선 눈물을 보였다. 부모의 나라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했다는 기쁨으로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클로이 김은 "어릴 때 내 정체성이 뭔지, 뭐가 되고 싶은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큰 도움이 됐다"며 "오늘 한국과 미국을 모두 대표한 것 같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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