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77] 디지털 시대 베니스의 상인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8.02.14 03:09 | 수정 2018.02.14 03:23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 로미오와 줄리엣, 맥베스, 리어왕 같은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익명이었다는 주장도, 사실 여러 작가의 공동 작품이라는 설(說)도 있지만, 400년 전 그의 글이 우리를 여전히 울고, 웃고, 분노하게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베니스의 상인'을 기억해 보자. 요즘 같으면 케이블 TV에서 "높은 금리는 걱정 마세요~"라며 광고를 할 만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 충분히 갚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샤일록이 요구한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 1파운드"를 기꺼이 담보로 제공한다. 하지만 안토니오의 배가 돌아오지 않자 생살 1파운드를 넘겨주어야 할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샤일록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홀로코스트'를 잘 기억하는 우리에게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베니스의 상인'은 또 다른 관점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우리 모두 디지털 시대 베니스의 상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과거 사회의 동력이 석탄과 기름이었다면, 21세기의 동력은 데이터다. 하지만 농사의 중요성을 모르던 원주민들이 유리구슬 몇 개 받고 유럽인들에게 땅을 넘겨주었듯,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우리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받고 우리의 데이터를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넘겨주었다. 21세기 '고리(高利) 데이터업자'들인 그들이 살덩어리 같은 개인정보와 구매 기록을 담보로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데이터 그 자체가 미래사회에서의 가치라면, 데이터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과정은 당연히 노동이다. 살 1파운드는 가져가더라도 피 한 방울조차도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현명한 판단을 내린 '베니스의 상인'에서의 판결과 같이, 우리도 이젠 요구해야 한다. 데이터는 가져가더라도 그 데이터의 소유권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더 이상의 데이터 착취는 거부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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