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태극 마크 단 서양 선수들

    입력 : 2018.02.14 03:16 | 수정 : 2018.02.14 03:22

    "수염에 고드름 달린 저 아저씨는 왜 태극기를 달았어요?" 엊그제 평창 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경기를 TV로 지켜보던 아이가 물었다. 아무리 봐도 서양 사람인데 모자와 팔에 태극기를 붙인 게 이상한 모양이었다.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은 러시아 시베리아 출신이다. 8년간 러시아 국가대표도 지냈다. 그는 2년 전 한국의 특별 귀화 제의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여름 월정사에서 날마다 새로워지라는 뜻이 담긴 '일신(日新)'이란 불교식 이름까지 받았다.

    ▶루지 여자 싱글에 나선 아일린 프리쉐도 2년 전 한국인이 됐다. 독일 출신인 그는 "한국의 분단 상황 등 역사적 배경이 독일을 떠올리게 해 귀화가 매력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엊그제 '선수층이 얇은 동계올림픽 개최국이 외국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은 역대 개최국 중에서 그 수가 가장 많다'고 전했다. 한국은 대표 145명 가운데 15명을 특별 귀화 선수로 채웠다. 4년 전 소치 대회 때는 화교 출신 공상정 한 명뿐이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올림픽은 꿈을 좇는 사람들의 무대다. 이번에 평창에 오기 위해 국적을 바꾼 선수가 178명이다. 미국인이 37명으로 가장 많고 캐나다 21명, 러시아 19명이다. 프리쉐는 루지 강국인 독일에서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인 쇼트트랙 선수 김영아는 2014년 카자흐스탄으로 귀화해 평창행 꿈을 이뤘다. 캐나다 교포인 백지선 아이스하키 감독은 "피부색이 아닌 마음의 조국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단일 민족'과 '순혈주의' 신화를 키워온 나라다. 처음 귀화 대표 선수가 나온 게 1994년이었다. 대만 화교 출신 후인정이었다. 아버지 국적 빼고는 한국 선수나 다름없는 성장 배경을 지녔다. 평창은 우리의 순혈주의가 깨진 올림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푸른 눈 선수들을 응원하는 게 어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야구나 축구, 농구, 배구 같은 국내 스포츠 구단에선 이미 외국 선수들이 핵심 전력으로 뛰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나 KBS 교향악단에도 서구 단원이 여럿이고, 외국인 상임 지휘자와 객원 지휘자가 수시로 드나든다. 우리끼리 뒹굴고 경쟁하던 시절은 끝났다. 평창올림픽을 누비는 귀화 선수들을 TV로 응원하며, 피부색과 얼굴로 '우리'를 확인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걸 국가대표들의 향연인 올림픽에서도 실감하는 중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