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대학 동문회만도 못한 民辯

    입력 : 2018.02.14 03:13 | 수정 : 2018.02.14 03:21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성균관대를 졸업한 동문 20여명이 12일 모교에서 집회를 열었다. 1970~ 198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일명 '민주동문회'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모교에서 제기된 성추행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외쳤다.

    파문은 남정숙 전 성대 교수가 과거 소속 대학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피해를 입었을 때 문제를 제기했으나 학교가 은폐했다는 것이다. 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의 소개로 정현백 당시 성대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이거 덮읍시다"란 말을 들었다고 했다. 민교협은 '진보'를 내세우는 교수 모임이다. 민교협 소속이자 시민단체 유력 인사인 정현백 교수는 정권 교체와 함께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됐다. 동문회는 정 장관의 사과도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일어난 일이다. 민변은 '진보'를 내세우는 변호사 단체다. 한 소속 변호사가 민변 온라인 내부 게시판에 실명으로 글을 올렸다. 정 장관에 대한 비판과 비슷했다. 자신이 성희롱을 당했을 때 선배 변호사가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말을 피해 사실을 문제 삼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가 지목한 선배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성균관대 민주동문회가 성균관대 대학원 교수 성추행 사건의 진상규명과 올바른 해결을 위한 '성균민주동문은 남정숙 전 교수의 용기있는 행동을 지지합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읽고 있다. 남 전 교수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교수 재직 시절 교내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 역시 민변 출신이다. '진보' 완장을 차고 최근 법조계에서 성추행 고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일어나자 "변호사 시절 나도 당했다"며 나섰다. 후배 변호사는 게시판 글에서 '저분(이재정)이 저한테 하셨던 걸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지금도 손이 떨린다'고 했다. 그의 입장을 생각하면 정말 손이 떨릴 듯했다.

    민변이 당장 들고 일어날 줄 알았다. 앞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가 터졌을 땐 전국 16개 시·도 검찰청 앞에서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한국 사회의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용기를 내 발언한 서 검사에게 지지를 보낸다'는 입장문도 냈다. 그런데 이번엔 입을 다물고 있다. 진상을 밝히라는 소리도 없다. 피해를 주장하는 변호사가 민변 소속인데도 저런다. 이재정 의원은 말할 것도 없다. 잊힐 때까지 깔아뭉개겠다는 심산인가. 이유를 짐작한다. '내 편'이란 점이다. 그 변호사가 그들이 '적폐'라고 부르는 '네 편'을 가해자로 지목했다면 이미 험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을 것이다.

    성대 '민주 동문'들에게 시민운동가 출신 정 장관도 '내 편'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학교 측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정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대학가엔 그나마 염치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 민변의 제1 설립 목적은 '기본적 인권 옹호'다.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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